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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Feb 13. 2017

여행은 함께 한 사람을 새롭게 보게 한다


"이번 여행 동안은 네가 아빠 옆에 앉아 운행 중 아빠가 필요한 거 도와드려~"

여행 첫날 지연이에게 아내가 한 말이다.


지연이의 동행은 이번 여행에 큰 도움이 됐다.

어딜 가나 원활한 의사소통은 물론이려니와, 능숙한 자동차 내비게이션 조작과 스마트폰 검색, 처음 접하는 기기의 파악,

졸음 방지를 위한 음료와 젤리의 제공 등, 훌륭한 길라잡이 덕에 여행이 훨씬 수월했다.


지연이가 없었다면 아마 훨씬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거다. 그만큼 에피소드도 더 많았겠지만.

능력 되는(?) 기사와 비서를 앞에 둔 덕에 아내는 뒷좌석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 지연이와 함께 여행 갈무리 삼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을 함께 하며 지연이가 영어를 사용할 때의 모습은 나를 놀라게 했다.

표정은 물론, 목소리 톤과 음색, 억양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어와 영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나에게는 너무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네가 얼마나 원어민과 같은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했는지, 영어에 대한 네 갈망이 느껴지더라."

지연이에게 처음 전한 메시지다.


"우리 딸이 아빠를 완전 맹탕으로 생각하진 않데~^^"

아이에게 전한 두 번째 메시지다.

아니, 이건 달리 보면 지연이가 내게 전한 메시지일 수도 하다.

내가 영어를 사용할 때 지연이는 옆에서 함께 할 뿐 별로 나서질 않는다.

영어에 부담을 느낀 내가 오히려 내심 나서 주길 바랄 때도 지연이는 무심히 서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뭔가 아빠의 의도와 어긋남을 느끼면 그때서야 나서서 정리를 한다.


지연이에게 전한 두 번째 메시지의 결어는 이랬다.

"딸~ 아빠 자존심 세워주느라 애썼어~^^"



그 외, 여행 중 보여진 여러 행동과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 등 서로에게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하며,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강하기도 하고, 때론 여리기도 한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지연이는 우리에게 그런다. "엄마 아빠가 아직 나와 같은 페이스로 움직일 만큼 건강해서 참 다행이고,

여행 내내 나를 많이 생각해줘서 고마웠어요."


함께 하는 여행은 함께 한 사람을 새롭게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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