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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Feb 11. 2017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여행이 필요하고 좋은 이유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아내는 평소 본인이 드러나거나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다.

취향 역시 화려하거나 화사한 것보다 담백한 걸 선호한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패션, 음식까지 그렇다. 액세서리는 물론.

취향이 그렇다 보니 남들에겐 보편적인 것도 본인에겐 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담백함이 몸에 배다 보니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스스로 한정한 듯하다.


아내가 딸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

짙은 선글라스를 부담스러워하던 아내에게 그린 컬러 미러 선글라스를 떠 안기다시피 했다. 그것도 고글형으로.

스페인을 다녀온 후 아내는 햇살이 강한 날은 미러 선글라스를 챙긴다.

컬러가 곁들인 짙은 선글라스가 소화하기 부담스러운 패션용품이 아닌 시력보호를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한 것.




노르웨이는 담백함이 모토인 사람에게 일생일대(?)의 변화를 줬다.

아내는 모자에 거부감이 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건지, 아님,

머리 형태가 변형되는 게 부담되서인지 모르겠지만, 결혼 후 30년이 넘도록 아내의 모자 쓴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산을 다니면서 햇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hat을 사용하지만, 아내에게 cap은 여전히 금기 품목이다.


그런 아내가 게이랑게르에서 cap을 산다.

전날 송네 피오르드의 페리에 쏟아지는 태양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에 딸아이의 강추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건지..

연유야 어찌 됐든, 아내의 cap 착용은 우리 식구에겐 엄청난 이슈다. 결혼 33년 만의 변화이기 때문.

그런데, 생각보다 그림이 괜찮다.

"내가 당신하고 지연이가 좋다니까 쓴다~"


실제 남편과 딸아이의 '엄지 척'을 외면하기 미안했는지, 본인 스스로 크게 나쁘지 않다고 인식이 됐는지,

혹은, 쏟아지는 태양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그도 아님, 여행의 정취 때문이었는지,

아내는 그 이후 모자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일상에서는 아닌, 여행에 한 한 선택이지만.


여행은 경쾌함을 준다.

몸에도.

마음에도.

패션에도.


여행이 필요하고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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