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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Feb 15. 2017

계획은 선택이다


자유여행은 많은 추억과 배움을 남기지만, 그만큼의 아쉬움도 안긴다.

더 많은 곳을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더 깊히 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공존하는데,

사실 이 두 아쉬움은 여행자에겐 공존할 수없는 선택의 문제다.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곳을 둘러 보고 싶은 욕구와 한 군데를 더 심도있게 보고 싶은 욕구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획없이 떠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 하지만, 성격 때문인지 나의 여행은 늘 계획적이다.

2001년 떠났던 5주간의 유럽 배낭여행 일정표에는 5주간 이용할 기차역과 기차 시간은 물론 소요시간이 적혀 있었고,

출발 전 인터넷을 이용해 5주간의 유스호스텔도 미리 예약되어 숙박비 지불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2001년 유럽 배낭여행 일정표 일부)


이런 방식은 분명한 장단점이 있다.

숙박비가 미리 지불되어 예정된 일정에 그곳에 가지 못하면 숙박비를 날리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그러니 시간 낭비가 없어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마음에 드는 곳을 좀더 깊히 있게 돌아보고 싶어도 시간에 쫒겨 어쩔 수 없이 패스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취한 방법이 여행 기간에 따라 10~20%의 예비일을 두는 일정이다.

20일의 일정이라면 계획을 세우며 3일 정도의 예비일을 둔다.

여행 중 마음에 드는 곳이 있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예비일을 이용하고,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게 되면 남은 기간은 인근의 다른 지역을 추가로 돌아보면 된다.


북유럽여행에서도 예비일은 아주 유용하게 활용됐다.

Preikestolen에서 비를 만났지만 예비일을 이용하여 감미로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고,

예비일이 없었다면 스웨덴 말뫼의 아름다운 기억 역시 우리에게 없었을 것이다.


릴랙스하며 즐기는 여행을 추구하는 입장이라면, 짜여진 계획은 그 자체가 구속이고 스트레스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에, 어느 정도의 계획은 다채로운 결과물을 남겨 준다.

결국, 각자의 성격과 취향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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