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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Feb 18. 2017

북유럽 로드투어 Epilogue



함부르크 공항에서 만나 3685km의 여정을 함께 한 지연이와 우리는 각자의 터전을 향해 다시 함부르크 공항에서 헤어졌다.

지연이는 파리를 경유해 뉴욕으로, 우리는 뮌헨을 경유하여 서울로.




여행을 다녀오면 우선 하는 일은 여행과 관련된 자료 정리다.

여행 중 담은 사진의 분류가 우선이 되고, 여행 중 수집했던 팸플릿을 비롯해 영수증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정리만 할 뿐 개인 SNS에 여행기를 올리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여행후기를 뒤늦게 올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함께 다녀온 사람과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고,

여행 다녀온 걸 아는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동안은 자연스레 여행의 여운에 푹 빠지게 된다.

그렇게 입으로 여행을 되새기며 여행으로 지친(?) 몸을 나른하게 달랜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여행이 점차 화제를 잃고 기억 너머의 일로 차츰 퇴색되어질 때쯤 여행기를 작성한다.

다녀온 여행에 대한 마지막 추억 되새김이랄까.


여행 중 작성했던 메모 등의 기록을 간추리며 정리해둔 사진과 덧붙여 다시 글로 조립하다 보면 지난 여행의 추억이 새롭게 아로새겨진.


뒤늦은 여행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기록이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동 중에도 메모를 하고, 잠들기 전에 그날의 행적과 느낌을 반드시 요약한다.

본 것 중 궁금한 걸 메모해 두고 여행이 끝난 후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면 뒤늦게라도 여행이 풍성해 짐을 느끼게 된다.

2001년 배낭여행 시 대학노트 두 권 정도의 기록이 없었다면, 153회에 걸친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전엔 노트를 많이 이용했지만, 요즘은 노트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여행 중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 각종 SNS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여행스케치를 담을 수 있어 기록 유지가 훨씬 편하기도 하고,

네이버메모나 keep과 같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모 앱도 얼마나 많은가.


여행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싶어서.

마음에 맞는 사람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또, 어떤 목적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나 막연한 호기심도 있겠다.


어떤 이유가 됐든,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려 애쓴다.

그 호기심과 궁금증을 채우는 과정이 여행이 주는 가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휴가가 필요한 사람은 막 휴가가 끝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가장 여행이 필요한 사람은 여행 후기를 끝낸 사람인가.

하나의 추억이 이제 마무리됐기에.


언제 다시 지도를 펼쳐야 하나...


25일간 3685km의 여정을 아무 탈 없이 우리를 인도해준 AJ,

그리고, 다소 무리일 수도 있을 일정을 아무 불평 없이 건강하게 함께 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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