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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un 25. 2018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이 담긴 [노르망디 전쟁기념관]


세계 戰史에 남을 상륙작전이 몇 개 있다.

한국동란의 인천상륙작전도 그중 하나지만, 전쟁의 규모와 작전 스케일을 종합할 때 상륙작전의 으뜸은 노르망디상륙작전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작전명 [넵튠](바다의 신)의 노르망디상륙작전은 총괄기획자인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을 비롯하여

미국의 아이젠하워, 브래들리, 팻튼, 독일의 롬멜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전략과 전투의 대가들이 주조연으로 총집결한, 투입 병력과 동원된 장비면에서 육해공이 총 망라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다.


특정사항을 실행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D-DAY]라는 용어도 상륙작전 개시일인 6월 6일의 암호명에서 유래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결말을 바꾼 세계사적 전사(戰史)의 현장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 노르망디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어차피 전투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기의 기록이 담겨있을 노르망디 전쟁기념관의 외모는 생각보다 담백하다.

그것도 1층은 기념품 코너, 2층은 식당.  이게 끝?


노르망디 기념관의 진면모는 모두 지하에 담겨 있었다.
지하 전시관의 입장료는 20유로. 결코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지불하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지하 전시공간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엄청 넓었고, 그만큼 다양한 내용들이 촘촘히 전시되어 있다.
단지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전화(戰禍)로 뒤덮힌 프랑스의 모습은 물론, 2차세계대전 당시의 국제정세까지 담고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무기 및 장비, 군수물자는 기본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프랑스군뿐 아니라, 적국이었던 독일군의 복장과 장비도 함께 진열해 놓았다.

군인들에게 지급된 개인용품 중 어렸을 적 기억에 남아있는 스피어민트 껌이 당시 군인들에게 지급됐다는 게 신기하고, 코카콜라 병과 같은 형태의 음료수 병이 눈에 띈다.

당시에도 코카콜라가 있었나...


전쟁기념관에 음반 전시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운데, 게다가 악보까지...

당시 유행했던 노래인 듯한데, 음악이 있어 전쟁 중에도 심신을 추스리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 꿀 수 있었나 보다.

음악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전쟁의 잔재인 폭격당한 벽에는 독일에 의해 점령당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활동 모습이 담겨있다.


시간대별, 나라별,  해안별 상륙작전 기록사진.

몇 시에, 어느 나라 군대가, 어느 해변으로 상륙작전을 전개했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종전과 함께 자유를 얻은 당시 시민들의 기뻐하는 모습도..


기념관에는 단지 노르망디상륙작전에 관한 기록 뿐 아니라, 2차대전 당시 세계 전황에 대한 기록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축이었던 일본에 대한 기록과 아시아의 전세(戰勢)도 있다.

그 중 눈길이 가는 부분.

영어로 된 지도에는 한반도가 CHOSEN으로 표기되어 있는 반면,

불어로 표기된 지도에는 한반도가 COREE로 되어 있다.

프랑스가 국제 정세에 더 빨랐다는 건가..


종전 후 땅 따먹기에 합의한 처칠, 루즈벨트, 스탈린의 얄타회담 기록도 있고,


독일 패망후 사무실에서 자살한 히틀러의 사진도 있다.


많은 기록사진 중 한참동안 머물게 한 사진.


이외 동영상과 사진 등 무수한 기록이 전시되어 있지만, 다 올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전쟁기념관 뒤에는 참전국을 기념하는 넓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그 정원 한쪽 비탈에 있는 지하벙커 안내 표지.

독일군 노르망디 방어부대의 지휘부가 있던 지하 벙커인데,

어떻게 지하에 이런 시설을 만들었을까 감탄할 정도로 지하 벙커의 규모는 대단하다.

갱도처럼 길게 이어진 벙커에는 전기는 기본이고, 전쟁 수행에 필요했던 통신장비 및 무기는 물론, 책상과 침대 등 일상생활용 물품까지 모든 게 구비되어 있다.

자기 나라 독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 땅굴을 파서 이런 완벽한 시설을 만들 정도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던건지..

그중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든 것.

책상에 올려져 있는 세 모녀의 사진이 담겨진 액자.


선과 악의 가치 판단에 앞서 군인으로서 명령에 의해 상대를 살상해야 하는 전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역시 누군가의 가장으로 보고싶은 가족과 돌아가고픈 가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진다.

전화까지 있는 책상이라면 아마도 고위 장교였을 듯한데, 저 액자의 주인은 어찌 됐을까.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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