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ggis(베기)에서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다.
퓌센에서 베기로 이동중에 예비일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어디선가 하루를 묵어야 하는데,
Weggis까지 곧장 왔으니 이왕이면 예약한 숙소에서 하루 더 숙박을 하는 게 편하겠다 싶어 미리 예약한 호텔로 갔다.
마침 일요일이라 주말 이용객들이 빠져 객실은 충분히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게 오산.
프론트에 가서 월요일부터 2박 예약을 했는데, 하루 먼저 도착했다"고 하니,
객실이 완전히 찼다며 옆 호텔을 이용하면 어떠냔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자기가 옆 호텔에 문의해봐도 되겠냐고 묻고는,
지배인이 직접 나를 데리고 옆 호텔로 가서 자기들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충 "내일 우리 호텔 예약자가 하루 먼저 왔는데, 우린 방이 없으니 너네 빈 방 있느냐"는 내용 아니겠나.
옆 호텔 지배인이 비용은 어느 정도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 호텔의 등급을 모르는 상태에서 잘못 말하면 실없는 놈이 될 거같아,
사전 예약 호텔 지배인에게 "너네 비용 수준"이라 말하니, 되레 내게 자기 호텔 얼마에 했느냐고 되묻는다.
하긴.. 인터넷 예매사이트의 금액을 일일히 알 수도 없겠지
어찌됐든, 예약금액을 전해들은 옆 호텔 지배인이 내게 "너 참 운이 좋다"며 마침 좋은 방이 있으니 주겠단다.
정말 고마운 양 쪽 지배인. 원래 예약했던 호텔의 지배인은 우리에게 키다리아저씨였다.
키다리아저씨의 배려 끝에 들어간 옆 호텔의 객실은 내 자유여행 경험상 최고 수준이었다.
루체른湖를 바라보는 전망도 좋지만,
객실과 로비, 레스토랑 및 조식 등의 설비와 직원들의 서빙 수준 등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호텔이다.
우리 방의 테라스만 해도 훌륭한데, 바로 아래 층의 저 넓은 테라스를 사용하는 객실의 가격은 얼마나 할라나..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이 호텔 조식 품목 중 하나.
양봉한 꿀을 아예 통째로 내놓았다. 꿀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원단으로 세팅한 호텔은 처음이다.
서두에 횡재를 했다는 의미는, 다음 날 당초 예약된 호텔에 들어가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황당하게도 객실의 욕실에 불이 안 들어온다.
프론트에 이야기하니 내일 아침에 수리가 가능하다고. 그럼 오늘 밤 샤워는 어쩌라고..
담당자가 자기도 오늘 처음 근무하는 날이라며 양해를 구하는데, 중간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
컴플레인을 제기해서 윗 등급으로 바꿔준 객실은 욕실 문짝이 틀어져 문이 안 닫힌다. 뭐 이런 X같은 경우가...
같은 가격에 하루는 왕의 침소에서, 이틀은 시종장의 침소에선 묵은 느낌이랄까.
호텔 예매 앱을 검색해보니 두 곳의 하루 숙박료가 원화로 얼추 1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니, 얼떨결에 얻어 걸린 곳에서 횡재를 한 거 맞다.
사람이 간사한 게, 늘 상대적으로 나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비용의 높은 가치를 고마워해야 함에도, 같은 비용의 낮은 가치에 불만을 갖게 된다.
우리 역시 처음엔 불만스럽게 생각하다, 한순간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래도 여기 직원의 친절함 덕분에 하루 호사를 누렸으니 우린 불만가지면 안 돼.."
그래.. 나란히 붙어있는 두 곳 모두에서 루체른湖 정취를 흠뻑 맛보았으면 그걸로 됐다.
아.. 도착하던 날 직접 옆 호텔까지 주선해준 친절만점의 키다리 지배인이 안 보여 물어보니 그만 두었단다. @ㅁ@~~
그러고보면 근무 마지막 날 우리에게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준 거다.
그리고,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오늘이 첫 근무라던 여성이 그 후임이었던 것.
왼쪽이 사전 예약된 SEEHOF HOTEL, 오른쪽이 얼결에 걸려들어 호사(?)를 누린 BEAU RIVAGE.
두 호텔 모두 루체른 호수와 바로 접해 있어 호텔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풍치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멀리 보이는 배는 루체른에서 비츠나우까지 왕복 운항하는 유람선.
2001년 유럽배낭여행시 유레일패스로 유람선 1등실 무료승선을 했는데, 지금도 그렇겠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