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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ug 03. 2018

비츠나우 등반열차로 오르는 리기산 정상


리기(Rigi)산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비츠나우(Vitznau)에서 등반열차를 이용하거나, 베기에서 곤돌라로 올라가거나.


숙소가 베기인데 멀리 갈 이유가 없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곤돌라 리프트승강장에 도착하니, 곤돌라는 4월 20일부터 운행한단다. 이런...


그럼 5km 떨어진 비츠나우로 가야 하는데,

왕복 10km를 걷기에는 1월초에 골절을 당했던 아내의 발목상태가 아직은 맘에 걸려 버스를 이용해야 하나..
스위스는 화폐단위가 유로가 아닌 자국의 스위스프랑.
짧게 거쳐가는 코스라 신용카드를 사용하려고 환전을 하지 않았는데,

버스요금을 카드로 받진 않을테고, 그럼, ATM에서 얼마를 인출하나..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중 아내의 일갈.
"여보~ 우리 차로 가면 되잖아~"
아~ 우리 지금 렌트카로 다니는거지...
렌트카를 숙소 바로 앞에 뻗쳐놓고 버스요금 인출 걱정을 하고 있으니..

대체 생각이 어디 꽂힌 거야..

리기산에 간다 하니 호텔 직원이 등반열차 할인이 된다며 호텔 게스트카드를 만들어 준다.

이리 고마울데가..


루체른 호수와 접헤 있는 이 곳은 비츠나우의 유람선 승선장이고,

리기산에 오르는 등반열차 출발지점은 이 비츠나우 승선장 맞은 편에 있다.

유람선에서 내려 바로 등반열차로 환승이 용이하다.

왼쪽 사무실에서 등반열차 티케팅을 하며 호텔에서 만들어준 게스트카드를 보여주니 실제 할인을 해준다.

할인율이 얼마인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할인을 받은 티켓요금이 57.60스위스프랑. 유로로는 52.35유로.


티켓을 받아보니 뒷면에 이런게 있다.

딱 3개국어 중에 당당히 낀 한글.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건지, 어지간히 많이 먹는다는 건지..


리기산 등반열차는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올라갈 때 32분, 내려갈 때 40분이 걸린다.

오를 때는 그저 씩씩대며 오르면 되지만, 내려갈 때는 안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행하는 듯.

등반열차 왕복티켓으로 정상인 Rigi kulm까지의 중간 정류장 어디서든 타고 내릴 수 있어 중간중간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등반열차의 좌석은 시트가 천으로 씌워진 의자와 나무의자가 있다.

대부분의 승객은 쿠션감이 있는 천의자를 선호하는데, 이 나무의자에 의외의 반전이 있다.

의자 밑에 온수관이 있는지 의자가 온돌처럼 따뜻하다.  

등반열차 레일 가운데의, 일반 열차 레일에는 없는 독특한 레일.

경사가 심한만큼 열차의 미끄럼 방지를 위해 열차 바닥과 연결되는 일종의 톱니바퀴 역할이 아닌지.


등반열차의 종착역이자 정상인 Rigi kulm.

기념품과 간단한 스낵을 판매하는 정상 카페에서 중국 관광객들은 컵라면을 가져와 뜨거운 물만 구매하여 끼니를 해결한다.

저 파란색 등반열차는 비츠나우 맞은 편인 골다우 방면으로 운행하는 열차인 듯.


리기산 정상은 생각보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다.

깃발로 보아 의료시설을 갖춘 구호소 같기도 하고, 외부에 테이블이 많은 걸 보면 카페 기능도 있는 거 같고.

눈으로 벽을 쌓은 듯한 제설작업이 재밌는데, 적설량이 테이블 높이와 비슷하다.


생명이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 구원의 메신저도 존재한다.


내려갈 때는 눈덮힌 리기산의 풍광을 즐기면서 중간 지점인 Rigi Kaltbad First까지 걷기로 했다.

걸어서 내려가는 길은 중간중간 반쯤 녹은 눈으로 미끄러운 곳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평탄하니 걸을만 하다.

그리고, 정작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운치있는 장면도 곳곳에 보이니, 여유롭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곳곳의 장면은 이어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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