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기록

읽기 싫으면 생각이라도 많이 하자

by 강하

글이란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담는 것이고,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나름대로 글쓴이에 대해 어림잡을 수가 있는 법인데, 내가 살아온 경험은 다양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하루하루를 지내며 느끼는 것을 담는 연습을 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바탕이 되는 게 있기는 하다.

그것은 호기심과 기록이다.

난 호기심이 매우 강한 편이다.
생활의 많은 부분에 [왜?]를 달고 다닌다.
그리고 한번 발동한 호기심 중 실현 가능한 부분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공상으로라도 대신한다.

단순한 예를 들어, 길을 가다 맘에 드는 간판이나 상호를 보면 일부러라도 반드시 들어가본다.
그 내부와 분위기가 간판이나 상호에서 받은 느낌과 일치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지방을 다니다 보면 문득 '저 길로 가면 어디로 이어질까...?' 싶을 때가 있다.
바쁘지 않으면 무작정 그 길을 따라 가본다. 시간이 없으면 나중에 지도로라도 확인을 한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호기심에 대해서는 끝없는 공상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다음 나름대로 의미와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 결론과 의미가 실제와 맞고 틀리고는 상관이 없다.
단지 내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것에 대한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사람의 체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옷밖에 드러나는 부분은 자라는데 옷 속에 감추어진 부분은 자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조물주가 대단한 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밖에 드러나서 남들의 눈에 뜨이는 부분은 개성 껏 다듬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기르고 싶은 사람은 기르고, 짧게 하고 싶은 사람은 커트를 하고, 웨이브나 칼라링을 하고 싶으면 하도록 하고.
반면에 속에 있는 부분이 자란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얼굴 면도하기도 바쁜데 허구한 날 종아리 면도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건 바쁜 현대인에게 고문이다.
조물주는 참 인간의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를 하셨다.

과학적인 근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때론 과학보다 허구가 사람을 즐겁게 한다.

나는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어 한다.
경험은 언제나 말에 자신감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급적 뒤집어보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뒤집어보면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 호주를 다녀왔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가장 큰 섬 호주]와 [가장 작은 대륙 호주] 중에서 나는 어느 것을 보고 온 것일까.

당연해 보이는 많은 것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감상법이 달라진다.
그리고 모든 하찮은 것에도 의미는 있는 법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경험들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멋있는 문구가 언젠가 어디서 읽었던 듯한 느낌, 혹은 어디선가 들었던 듯한...
하여간 알고 있었던 거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그림이나 사진, 혹은 풍경을 보았을 때도 그 모습을 언젠가 한번 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가물가물 생각이 안 난다.

나는 그런 경우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한번 읽은 듯한, 들은 듯한, 그리고 본 듯한... 그런 것들이 실제로 언젠가 읽고, 듣고,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 왜 그런 경험을 한 것처럼 느껴질까?
그것은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고, 그런 상상을 해봤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보고 듣는 건 물론 자기의 생각까지 늘 붙잡아둔다.
단편적인 생각이나 스쳐 지나가는 느낌까지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기록을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꿰어 맞추며 정리를 하고 거기에 덧칠을 한다.
그게 인생론이라는 제목으로, 수필집이라는 형태로 우리들 앞에 내보여진다.

우리는 글을 직업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내 직업과 연관된 생각만 정리할 뿐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늘 놓치고 만다.

요즘은 많이 게을러져 못하고 있지만, 전에는 잠자기 전 머리맡에 메모지와 필기구를 두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잠이 들 때까지 이 생각 저 생각 온갖 망상을 다 한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이 나면 어둠 속에서 글씨가 안 보이더라도 대충 메모를 해 놓는다.
그리고 후에 시간이 날 때 조금씩 정리를 하다 보면 유명한 분이 얘기했을 법한 제법 좋은 문구도 있다.
그럴 때면 '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고, 혼자 흐뭇해한다.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기록으로 잡아두는 것과 스쳐 보내는 것 - 글이라는 건 이 차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과 경험을, 필요할 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록이다.

굳이 사족을 하나 더 단다면,
난 항상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 보이기 전 다시 한번 읽어본다.
하다못해 한 줄짜리 꼬리글을 달더라도 가급적 읽어보고 올린다.
사람들은 누구나 은연중에 자기가 즐겨 쓰는 표현이나, 어투, 문구가 있다.
나 역시 '그리고~~' 나, '그런데~~', 혹은, 문장이 끝날 때마다 '~~군요.' 나, '~~네요.' 같은 말을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쓰다 보면 그런 표현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를 인식하지 못 한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같은 표현이 반복되어 나오는 게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쓴 글을 반드시 읽어보는 이유는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표현에 변화를 줌으로써 이런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함이다.

아울러 적당한 띄어쓰기와 줄 바꿈, 그리고 문단 나누기도 시각적으로 글에 감칠 맛을 주는 거 같기도 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 않는가...

건방을 한번 더 떤다면,
글을 쓰는 데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많이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읽는 거 보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내 생각이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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