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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09. 2018

유럽 화장실과 맥주의 효율적 상관관계



여행을 하며 대한민국의 편의성을 가장 크게 절감하는 게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웬만한 건물에서 다 이용 가능하고,

지하철 역사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불편하고 곤혹스러운 게 화장실이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무료 화장실이 거의 없다.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는 건 기본(?)이고,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다.


기차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공시설은 물론,

심지어 고객 유치가 지상 과제인 대형 쇼핑몰마저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곳이 많다.
본인이 먹은 건 뒷처리도 본인이 해야 하는 사용자 부담이 원칙이라는 건지..

돈을 내더라도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가장 황당하고 난감한 건 백화점의 경우.

한국의 백화점은 화장실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쓴다.
층별로 화장실이 있는 건 당연하고, 화장실이 무척 쾌적할 뿐 아니라 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유럽의 백화점은 6층인 경우에도 화장실은 두 개층 정도에만 있고,

그마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두 칸 정도. 그러니 화장실 앞은 늘 장사진이다.
하나 있는 화장실이 수리중이라며 아예 폐쇄된 백화점도 있었다.
우리 개념으로는 상상이 안 되는 상황.

그러니, 조금이라도 생리적 현상이 느껴지면 미리 화장실을 찾아 곤혹스런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화장실이 있으면 아직 때(?)가 아님에도 억지로라도 들렀다 가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런 환경에서 제일 고마운 곳이 화장실 이용에 비교적 관대한 스타벅스다.

때문에 어디를 가던 스타벅스가 보이면 안심이 되고, 위치를 머리 속에 담아두게 된다.

이런 가운데 발견한 거리 한복판의 무료 화장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화장실인데, 기왕이면 펜스를 조그만 더 높여줬으면 좋았을 걸.

사용 여부 식별을 위한 높이라 이해하더라도 사용자는 시선 처리가 애매하잖아~


이 화장실을 다른 측면에서 고찰(?)해 본다.


각국의 대중적 물가비교 지수가 있다.

나는 재미삼아 코카콜라 가격으로 나라별 물가를 가늠하곤 한다.

품목 하나로 물가를 비교한다는 게 억지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게 코카콜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물가비교 관점에서 내가 경험한 유럽 3개국 기차역 화장실 요금을 비교하면,

프랑스 파리동역 75센트, 독일 슈투트가르트역 70센트, 벨기에 겐트역 60센트.

기차역 관리가 국영인지 민영인지 모르지만, 묘하게도 화장실 요금 차이가 내가 느끼는 나라별 체감물가 차이와 비슷하다.


화장실 요금에 대한 사족 하나 더.

파리동역에서 75센트를 내고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기와 좌변기를 본 순간 든 생각.

'어~ 큰 거와 작은 거 요금이 같은 건 불공정한 거 아닌가..'

그리고 뒤이어 떠오른 생각.

'아~ 어차피 여자 화장실은 구분이 안되는구나..'


화장실 이야기를 하다 다소 뜬금없지만, 맥주 이야기로 넘어가자.


유럽의 병맥주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사이즈가 작다.

특히, 벨기에 병맥주는 작지만 강하다.

내가 본 벨기에 병맥주는 거의가 330cc의 작은 용량이지만, 알콜농도는 11%까지 봤다.

거의 와인 수준.

국산 맥주와 비교하면 용량은 절반이지만 알콜도수는 두 배다.

곰곰 생각해보니 이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산술적으로는 절반만 마시고도 취하는 효과는 비슷한 셈이다.


술값 덜 나오고, 들어가는 양이 적으니 배도 덜 나올테고, 취기는 빨리 오니 음주시간 줄어들어 귀가시간 빨라지는 등,

꽤나 효율 높은 맥주체계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유럽의 화장실 문화와 결부시키면 굉장한 메리트가 생긴다.

적은 용량 흡수로 인해 귀가길 화장실 사용 빈도도 반감될테니 그만큼 유료 화장실 비용도 줄어드는 경제적 이득도 생긴다.


맥주 도수가 높고 맥주 용량이 적은 이유가 덜 마시고 빨리 취해 화장실을 덜 가자는 의도였겠냐만은,

사회현상은 의도됐든 의도치 않았든 묘하게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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