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 Sep 10. 2018

유럽 중세 작은 도시가 살아 남는 방법


2년 전 북유럽에서도 그랬고, 이번 독일 벨기에를 다니며 새삼 확인된 유럽 작은 도시 상가의 공통점은

전면 폭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 '가게가 이리 좁은데 안에 뭐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폭이 좁은데,

말 그대로 폭만 그렇고 들어가 보면 의외로 안은 넓다.
어떤 곳은 넓은 정도가 아니라 광활(?)하다.


이 레스토랑만 하더라도 실내의 좌우 폭은 왼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지만,

이 좁은 레스토랑의 끝에는 우측 사진과 같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내부에 신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로텐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용품점 역시 겉에서 보면 그리 크다는 느낌이 없는데,

내부 종심이 깊고 지하에서 2층까지 복층 구조의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이게 중세 작은 도시의 생존전략이다.

오래 전 중세의 지방 작은 도시는 당시의 인프라와 인구 등에 비례하여 태생적으로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다운타운의 종심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는데,

종심이 짧더라도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업종은 존재해야 하기에 공간을 쪼개야 상생이 가능하다.

그렇게 전면 공간은 쪼개더라도 영업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내부 종심을 늘려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단순한 추론이다.

그런데, 이런 궁여지책의 생존전략은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난 부수적 효과를 유발한다.

폭이 좁은 건물 구조는 길(골목)을 다양하고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단히 예를 들면 이렇다.

종심 50m 골목에 10m 너비의 점포가 들어선다면 단지 다섯 개의 점포만 존재하지만,

점포 폭을 5m로 하면 두 배인 열 개 점포가 들어설 수 있다.

즉, 같은 골목에 두 배의 점포가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들어서면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외부인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유동인구를 유인하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자칫 밋밋하고 단조로울 수 있는 길에 생명력을 주는 도시 미학.

중세 작은 도시가 주는 지혜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 화장실과 맥주의 효율적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