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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2. 2018

다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언어라는 게 참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중 겪었던 최고의 에피소드 하나.

파리의 생선가게에 들러 새우를 보는데, 다크 그레이 계열과 붉은 색 계열이 있다.

생(生)새우를 익히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건 상식 수준인데,
붉은 새우를 얼음 위에 진열해놓아 확인을 하고 싶었다.


직원에게 "live shrimp?"  "boiled shrimp?" 물어보는데, 영어가 전혀 안 먹힌다.
한참을 버벅이다 직원의 입에서 cook이란 단어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ed?" 라고 물으니 답이 없다.
그러더니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cook", 검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라며 다른 곳으로 간다.
동사 시제는 모른다. 오로지 원형만 안다.


'요리한 거'와 '안 한 거'라는 의미겠지..
내 생각과 같아 구매를 하려고 직원을 불렀더니 다른 친구가 다가온다.

검은 새우(날 거)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no cook, ok?" 라고 하니,

아니.. 이 친구 "no no no~ cook" 하고는 오히려 붉은 새우를 가리키며 "no cook"이란다.


이건 또 뭔 말이래...  좀 전의 친구와는 정반대다.

뭘까..  하고 생각하니 단어에 담고자 했던 의미가 달랐다.
앞선 직원이 전하고자 했던 cook의 의미는 [요리가 된]이다.
그러니, 그에게 no cook은 [요리가 안 된]의 의미다.
반면에, 나중에 온 직원의 cook은 [요리를 해야 하는]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연히 그의 no cook은 [요리를 안 해도 되는]의 의미가 된다.
같은 단어에 한 사람은 과거 행위의 의미를, 또 한 사람은 미래 행위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마디로 cook을 과거형 동사와 미래형 동사로 본 차이다.


사람마다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르다.
또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역시 다를 수 있다.
각자가 알고있고 판단하는 범위내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것이기에 전달 방식만으로 상대의 오류를 탓할 수는 없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만, 상대의 진정성만 확인된다면 받아들이는 건 자신의 몫이다.


의사소통이란 결국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의중을 이해하는 것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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