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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13. 2018

때론 여행객을 바보로 만드는 지명



내친 김에 언어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 더.


노르웨이 여행지로 추천받은 [에이랑에르]와 [가이랑거] 중 한 곳만 들른다면 어디가 좋을까.
[안트베르펜]를 다녀온 사람 중에 [안트워프]를 못 가본 사람이 의외로 많다.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베니스]와 비슷한가 보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뮌헨은 알겠는데 문셴과 뮤니크는 어딘지 모르겠다.


지도상으로 분명 근처 어디인데, 현지인에게 길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럴 때 참 난감해진다. 뭐가 문제지..? 
발음이 잘못됐나? 엑센트의 문젠가? 억양 때문인가?
그래도 어지간하면 알아 들을텐데..


여행을 할 때 당혹스러운 경우 중 하나가 지명이다.
특히 영어의 모태가 되는 유럽의 경우, 언어별 자음과 모음의 발음 방법에 따라 같은 지명이 전혀 다르게 불려진다.
SAN JOSE가 산호세로 불리는 건 귀여울 정도다.


2년 전 노르웨이 여행 준비를 하며 여행책자와 인터넷 검색시

지도상에 Geiranger로 표기된 곳의 지명이 [에이랑에르]와 [게이랑게르]로 혼재되어 있었다.
어느 게 현지 지명인지 궁금해 그곳 상점에 있는 사람에게 "이곳 지명을 뭐라 하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은 "가이랑거~"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찬찬히 생각해보니 답변한 사람이 독일계인 듯하다.
독일어로는 모음 [ei]가 [아이]로 발음되지 않는가.


이번에 다녀온 벨기에의 Gent도 많은 여행관련 사이트에는 [헨트]로 표기되어 있다.
때문에 브뤼헤(이곳도 영문으로는 Brugge로 되어 있어 브루게로 읽는 경우도 많다)역에서

Gent로 가는 티켓을 끊을 때 "헨트~"하니 군소리없이 티켓을 준다.


그런데, 막상 Gent에 도착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숙소 주인에게 이 도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겐트]란다.
"헨트가 아니고?" 라고 재차 물으니 돌아온 대답.
"G.E.N.T. 겐트!"
왜 바보된 느낌은 온전히 내 몫이어야 하는지..


그래도 이 정도는 JOSE를 호세라고 발음하듯 알파벳 자음을 읽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다.


노르웨이 여행시 우연찮게 가정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집주인과 노르웨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트론헤임을 가려 한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 이 양반이 독일계인가..' 싶어 "트론하임"이라 해도 모르는 눈치다.

구글지도를 열어 도시를 짚어주니, "오~ 트론다임~"하며 반색을 한다.

구글지도는 Trondheim의 알파벳 표기 자음에서 [d]를 묵음 처리하며 모음 [ei]를 [에이]로 표기했는데,

내가 현지에서 만난 노르웨이 분은 자음에서 [h]를 묵음하면서 모음 [ei]는 [아이]로 발음한다.

그러니, 트론헤임이 트론다임이 되어버렸다.


나는 늘 현지를 중시한다.

그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예처럼 현지에서도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그때는, 그게 여행중에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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