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by 강하


한국인의 특성에 대한 대표적인 표현 [빨리빨리].
치열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치부되던 [빨리빨리]가 지금은 세계로 향하는 대한민국 성장 모멘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언행이 가볍다는 부정적 이미지의 [빨리빨리]가
혁신과 진화를 이끄는 긍정적 얼리 어댑터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그럼 한국인의 이런 [빨리빨리] DNA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는 그 기원을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나이] 셈법이라고 본다.
한국인은 태어나면서 바로 한 살 먹고 들어간다.

외국, 특히 서양문화에서는 생후 1년이 지나야 한 살이 되는데, 한국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로 한 살이 된다.
정말 빨리빨리 나이를 먹는다.
그뿐인가..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며칠후 두 살이 된다.
서양의 사고로는 이해가 안되는 기묘한 셈법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태어나는 순간 영(零)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셈법이 모순이 될 수도 있다.
아이를 잉태하면 이미 그때부터 태아가 몇 주라고 표현한다.
생명을 가진 이후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명체의 성장에 따라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취해진다.
그런 시간을 거쳐 학술적 평균으로 10개월의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인데, 서양식 셈법으로 출산하는 순간을 나이의 제로 베이스로 본다면 10개월에 걸친 태아의 생명기간은 의미없는 시간으로 소멸되는 것이다.

두 달이 부족하지만 태어나며 한 살이 되는 우리 셈법이 어찌보면 더 과학적일 수도 있다.
아.. 물론 12월에 태어나 해가 바뀌면서 두 살이 되는 건 조급하긴 하다.

곁가지가 길어졌는데, 원론으로 돌아가
태어나면서 한 살 먹으며 세상에 존재감을 앞서 드러내는 이 DNA가 이 시대 세계를 선도하는 모티브가 아닌지,
자의적 해석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