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도 느껴지는 정서가 다르다

by 강하


직장생활을 할 때 후배들에게 '형'이라는호칭을 사용하는 선배가 있었다. "강하 형 뭐 먹을까?" 이런 식이다.

후배를 존중하는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겠지만, 난 불편했다.

이름을 부르는 거보다 편하게 다가가기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


나이 어린 2세 경영인이 나이 많은 임원이나 부장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면, 이게 예의바른 걸까? 격의없고 소탈한 걸까?

그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오랜 기간 알고 지내왔던 관계가 아니라면, 나이는 어리더라도 사회적 위치가 자기보다 상위인 사람이 갑자기 '형 오빠 누나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면 듣는 사람 마음이 편할까?


이런 식의 호칭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상대가 나를 넘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개중에는 '나 당신보다 어려. 그래서 어쩔 건데.. 내가 당신보다 위인 거 알지? 그러니 나 얕보지 마~' 라는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혹은, 내가 더 젊다는 과시이기도 하다.

호칭을 받는 사람도 윗사람 대우를 받는 듯한데 오히려 꼼짝 못하는 모습에 의아할 주변 시선이 불편하다.


우리 사회에서 [언니]라는 호칭은 참 다양하게 쓰인다.

가족은 물론, 선후배간에 쓰이기도 하고, 식당 등 서비스업종에서 젊은 여종업원에 대한 호칭으로도 사용된다.

정이 깃든 호칭이기도 하고, 조직내 위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의 성품에 따라)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만만한(?) 호칭일 수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직업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사회의 속성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야~ 이 새끼 오랜만이다~"

같은 워딩이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말하고,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정감이 느껴지기도, 기분이 상하기도,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게 말이다.

아울러, 같은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어떤 단어를 사용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품격이 달라보이기도 하는 게 말이다.


대통령 부인이 초면인 여당 중진 국회의원 부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처음엔 '사모님'이라 호칭하다 시간이 흐르며 '언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다.

상대적으로 연배가 위인 같은 여성에 대한 배려와 친근감의 발로라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過恭(과공)은 非禮(비례)란 말이 있 듯, 지나침은 불편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호칭으로 '사모님'만으로도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충분히 예의를 갖춘 것인데, 過恭과 過親으로 세간의 입방아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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