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사진은 자기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도빌, 아홉시 반의 석양

by 강하


인상적인 장면을 접하거나 마음에 드는 순간을 만났을 때 그 기억을 간직하고픈 욕구에 카메라를 꺼내든다.

하지만 담긴 영상이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내 눈에 보여진 느낌과 다른 밋밋한 그림을 접했을 때의 안타까움은 눈에 미치지 못하는 내 표현방법 미숙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반면에,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건, 객관적인 타인의 평가와는 무관한 스스로의 자족감이다.


도빌에서의 첫 날, 붉그스럽게 물든 창문 밖 하늘을 보며 이곳이 서쪽 바닷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구나 밤 아홉 시가 넘은 석양은 생각지도 못해, 이틀 째 밤(9시가 넘었으니 우리 개념으론 밤인데,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으니 저녁인가..?) 산책삼아 바닷가로 나섰다.


시간을 못 맞춰 해변까지 미치지 못한 조급함이 들 때 부둣가에서 눈에 들어온 장면.

방파제 너머 어스름해진 바다와 바다를 지키는 등대,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건 방파제 앞 얕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 세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석양에 어울리는 완벽한 구성 아닌가.

공중에 머물러 있지 않을 갈매기를 의식해 급하게 누른 셔터.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커튼 레이스의 역할을 맡아준 구름이 정겹고,

날아가는 방향으로 미루어 조금만 늦었어도 이 구도에서 없었을 갈매기의 너무도 힘찬 날갯짓,

그리고 갈매기보다 작게 잡힌 사선 방향 세 사람의 몸 동작까지 모든 실루엣이 볼수록 좋다.

도빌에서 너무 좋은 선물을 받았다.


p.s : 이 컷을 세로로 분할하여 세로 그립 느낌을 주니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이 컷은 한동안 내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이 될 듯하다.


그 외,

이렇게 어슬렁거리다 해넘김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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