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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Sep 02. 2023

그림 속 동화마을 [히트호른]


암스테르담 센트랄 역에서 2시 방향 115km 거리의 [히트호른]. 이번 암스테르담 여정에서 꼭 가보려고 꼽았던 곳이다.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대중교통으로는 몇 번을 환승해야 하고 시간도 2시간 40분 이상이 걸려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손녀까지 동행해야 해서 렌트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승용차로 히트호른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마을로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마을 입구에 주차해야 한다.

도로에 주차할 수도 있고, 무료 주차장도 있다.

마을로 향하다 보면 마을 입구 약 500m 전부터 갓길 주차 가능 표지판이 계속 보인다. 도로에 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도로 밖 풀잎 위에 차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걸 누구나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기해 놓았다. (운전하느라 이 표지판을 담지 못해 아쉽다)


운 좋게 마을 어귀 무료 주차장에 주차후 불과 몇 걸음 옮겼음에도 보이는 게 모두 그림이다.

이런 동네가 있다니..

운하 건너 편 집들을 촘촘히 이어주는 아치형의 작은 다리들과 그 밑을 지나는 보트들이 연출하는 정취가 좋다.

다리 입구 좌우 옆에 번호가 있는 금속 박스가 있다.

아하~ 건너 편 집들의 우편함이다.

집배원이 많은 다리들을 일일히 건너다니기 힘드니 노고를 덜어주기 위한 조치인 듯. 여기서 궁금증 하나.

그럼 쓰레기 배출과 수거는 어떻게 할까..

뭔가 방법이 있으니 살아가겠지..


히트호른 관광은 보트투어다.

걸어서 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히트호른에서 보트를 타지 않으면 히트호른을 다녀온 사람들과 대화를 하더라도 얘기할 게 없을 듯하다.


▣ 히트호른 보트투어의 특징

▶ 보트 유형은

- 승선인원에 따라 1~2인승 카누와 카약을 비롯해 얼추 20명 정도 탑승이 가능한 보트까지 있다.

- 형태에 따라 modern한 금속보트와 authentic한 목재보트도 있고,

-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 방법에 따라 핸들형과 후미 키형 등

다양하다.

▶ 대여시간은 코스에 따라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이다.

▶ 가격은 보트 종류와 코스에 따른 대여시간에 따라 다르다. 시간당 €40라고 생각하면 된다. 

▶ 보트 운전은 관광객이 직접한다.

핸들 옆의 레버를 밀면 전진, 당기면 후진, 중립이면 멈춤. 기어 변속만 알려주고 끝이다. 자신이 없거나 안내를 원하면 가이드가 제공되지만, 당연히 비싸지겠지. 가격을 떠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도 거의 대부분 직접 한다. 이럴 때 아니면 통상적인 일반인이 언제 보트를 직접 운전해 보겠나.

▶ 구명조끼가 제공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에게도.


기어 중립을 중심으로 밀고 당기는 레버 폭에 따라 전진후진 속도가 달라진다. 레버 하나로 기어 변속과 속도 조절이 다 되니 간단하다.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며 아기자기한 집들과 관광객들이 운행하는 보트를 바라보는 중 익숙한 언어가 들린다.

여 : 핸들 좀 잘 좀 돌려봐~ 계속 이리저리 부딪히지 말고..

남 : 나도 이거 처음이잖아..

여 : 여기 처음인 사람이 부지기수일텐데, 잘 좀 해봐~

웃음이 나오며 '그럼 바꿔서 해보시던가..^^'라는 말이 목까지 치민다.


식당 옆 언뜻 규모가 커보이는 대여소에서 6인승 금속보트 2시간으로 선택. 가격은 €80.


태어나 처음 잡아보는 보트 핸들.

그런데, 출발과 동시에, 아.. 이거 만만치가 않다.


핸들, 이게 좀 오묘하다.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데, 느리면서 민감하다. 핸들을 꺾으면 반응속도는 느린데, 꺾어지는 각도는 엄청 예민하다. 그러니, 반응이 없다고 답답함에 핸들을 마구 돌리면 어느순간 배가 유턴하듯 돌아간다. 게다가, 운전석이 뒤에 있고 앞이 길다보니 방향을 틀 때는 약간 이르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천천히 조금씩 틀어야 한다. 꺾는 지점 근처에서 급하게 핸들을 꺾으면 뱃머리가 사정없이 돌아간다. 그럼 또 당황해서 반대로 확 돌리고.. 밖에서 볼 때 보트가 갈지자로 왔다갔다 하며 이리저리 쿵쿵 들이박는 이유가 있었다. 좀전에 남녀가 주고받던 대화가 떠오른다. 몇 번 좌우로 들이박고 나니 조금씩 감이 잡히고 요령이 생긴다.


동네 골목을 빠져나와 넓은 곳로 나왔다.

동네를 지나는 운하는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곳이 있음에도 구명조끼를 제공하지 않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

넓은 곳으로 나왔으니 핸들을 조정하고 싶어하는 손녀에게도 기회를 줘본다.

여기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수초 사이를 지날 때는 볼거리가 없어 다소 지루하다. 동네 사이를 누벼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수로가 갈리는 지점에서는 시간대별 운항코스 표기 말뚝이 있다.


두 시간의 보트투어를 마치고 미리 점 찍어둔 커피 전문점 [27 : Twenty Seven]을 찾아갔다.

여기 자주 아담하고 좋다.


이곳저곳 다니며 보니 보트 대여를 하는 곳이 골목골목 많다.

골목에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 들어와 바로 보트투어를 하기보다 먼저 마을을 둘러보며 찬찬히 대여할 곳을 선정해도 좋을 듯하다.


히트호른의 모든 보트는 전기로 움직인다.

때문에 곳곳에서 충전중인 보트를 보게 된다. 가솔린을 쓰지 않는 건 환경보호 때문이겠지. 그러니 수십 대의 보트가 줄을 이어 움직이는데도 매연과 소음이 없다.


히트호른은 셔터를 누르면 모두 동화 속 그림이 된다.

이곳은 기후적으로 홍수나 폭우 등으로 운하 물이 범람하는 경우가 없는가 보다.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히트호른에서 동심을 가득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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