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는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직장생활을 할 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하나이던 직원이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축하한다며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바둑만 수순이 중요한 줄 알았더니, 애 낳는 것도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쌍둥이를 먼저 낳았으면 둘째 볼 생각을 안 했을 거란 얘기다.
그 대답에 한참을 웃었지만, 사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이렇게 순서가 뒤바뀜으로써 안 해도 될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해야 할 일을 안 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나타나는 현상도 그 순서에 따라 의미가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
똑같은 로또에 당첨이 되더라도 구매시점에 따라 당첨금이 엄청 달라지며,
휴대폰 구매 시 좋은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먼저 사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야구에서 주자가 3루에 있다.
이 경우 똑같은 외야 플라이라도 노아웃이나 원아웃에서 나오면 3루 주자의 득점이 가능하다.
하지만, 투아웃 다음의 외야 플라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투아웃 전의 플라이는 타점도 올리고, 희생타로 인정되어 타율 관리도 되지만,
투아웃 후의 플라이는 아무 소득 없이 타율만 깎아 먹는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로 이루어졌으나 원자배열이 다르다고 한다.
원자배열의 순서와 조합에 따라 나타나 보이는 색이나 광채가 다르고, 그 가치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이렇듯 순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뿐 더러,
순서를 바꾸는 것이 상황에 따라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조급함에 순서에 따른 단계를 지나치는 결정으로 낭패를 보기도 하고,
반대로 과감히 순서와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 대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하고, 후자의 경우 과감한 결단이라고 한다.
살아가며 지금의 순서가 제대로 가는 것인지, 잘 생각해 보자.
그리고, 뭔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조급해하지 말고 생각했던 순서를 살짝 바꿔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막히는 지름길보다 한가한 외곽 길이 목적지 도착에 더 빠를 수 있다.
산길을 다니며 가끔 궁금증이 드는 도로표지판을 본다. [낙석 조심].
돌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빨리 지나가라는 건지, 천천히 가라는 건지..
순서가 바뀌면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순서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