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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Nov 18. 2023

理想한 며느리


금요일 오전, 아들에게서 온 전화.

(제 처와 같이 있는 듯) "직접 말씀 드려~"

(자동차로 이동중 스피커 폰인 듯하다.)


10시가 채 안된 시각이라 웬 일인가 싶다.

나 : 니들 오늘 출근 안 해?

J (며느리의 이니셜) : 저희 둘 다 년차 썼어요.

나 :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이라) 아.. 잘했네.. 그래서 어디 가는 거야?

J : 애 어린이집 가요.

나 : 애 어린이집 보내놓고 어디 좋은 데 가려고? ^^

J : 그래서 전화드렸는데요...

나 : ???

J : 저희 점심 좀 사주세요.

옆에서 듣고 있던 옆지기가 끼어든다.

옆 : 같이 년차 내서 애까지 맡겼으면, 니들끼리 좋은 데를 가야지, 왜 우리한테 빌붙으려 그래.. 니들끼리 놀아~

J : 저희가 돈이 없어서...^^

옆 : 그럼 집에서 둘이 꽉 끌어안고 자~

J :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부암동에 ... ...


그렇게 부암동 숲속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12시 반에 만나 식사와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헤다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5시가 넘어버렸다.


옆지기가 한마디 한다.

"같이 휴가내서 애 어린이집 보내놓고 시부모와 점심 먹는다 그러면 남들 다 놀란다."


며느리가 본디 여우科 캐릭터라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처음 만나던 날 30여분 같이 있는 동안 말 한 마디 못하고 어쩔 줄 몰라했고, 결혼 후에도 얼추 1년이 지나도록 우리 호칭을 부르지 못할 정도로 곰科 캐릭터이던 아이이기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더 정겹다.

그만큼 가족이 된 이후 5년간 자기 나름의 속도와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욕심없이 기다리며 자기를 대하는 우리 마음이 진심으로 전해진 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 가족의 행복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 기인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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