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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Dec 25. 2023

Silent night이 Holy night이 됐다


아파트 윗층에 두 자녀가 있는 가족이 산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쯤 될까..

위아래 이웃이 된 지 5년 쯤 된 거 같은데,

수 년 전부터 설이나 추석 때가 되면 꼭 직접 찾아와 무엇을 건네곤 한다.

"애들이 뛰놀아서 시끄러울실텐데 죄송합니다. 소음 방지 매트를 깔고 애들에게도 자제를 시키는데 그래도 불편하실텐데요."


처음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아파트 층간 소음이 무척이나 신경쓰인,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의 의례적인 인사라고 생각했다.

아들도 이사를 하고 아랫 집을 찾아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니 같은 맥락으로 이웃에 대한 기본 예의를 갖추는 걸로 생각했기에,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시라"고 가볍게 화답했다.

그런데, 이게 정기적으로 반복되니 어느 순간 오히려 우리가 괜히 미안하고 부담스러워진다.

그래서 "소음 전혀 들리지 않으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리고, 애들은 뛰노는 게 일인데, 아이들 너무 나무라거나 자제시키지 마세요. 애들이 다 그렇죠. 저희도 손자가 있고 다 그러려니 하니까 앞으로 이런 거 하지 마세요."

매번 우리가 간곡히 당부하곤 했다.


그럼에도 지난 추석 때 또 무언가 건네고 갔다.

매번 받을 때마다 옆지기가 "받기만 해서 미안해서 어쩌나.." 하고 고민을 하곤 했는데, 지인을 만나러 나갔던 옆지기가 작은 먹거리를 사왔다. "윗 집 생각나서 애들 간식좀 사왔어.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윗 집을 찾아가 건네주니 "저희가 해야 하는데.." 라며 굉장히 민망해 하더란다.

그리고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벨이 울려 문을 열러 나간 옆지기의 황망한 음성이 들린다. "아니.. 이러시면... 어쩌나.. 우리가 괜한 일을 한 거 같아요.."

정이 넘치는 이웃 덕에 생각지도 않았던 성탄 케익이 생겼다.


주변에 불편을 주면서도 주변이 느끼는 불편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식하면서도 모른 척 하는 유형도 있다. 주변에서 불편함을 토로하면 오히려 역정을 내는 부류도 있다.

그런데, 정작 불편함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편함이 있을 거라 배려하는 이웃이 있어 고맙다.


세대차에 의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의 생활 양식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을 하곤 한다. 그 다양함 속엔 만족보다는 불만이, 긍정보다는 부정적 관점이 많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준이 다름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


옆지기와 둘만의 Silent night에 좋은 이웃으로 인해 Holy night이 더해졌다.

소담스럽게 내린 눈이 이런 훈훈함을 축복해주는 듯하다.


Merry White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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