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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Jan 18. 2024

예쁘게 사는 모습이었기에 더 안쓰럽다


옆지기와 예봉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다 우연히 들렀던 식당이 있다.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한데, 특히, 반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계절전이 아주 맛깔스러운데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바람 쐬고 싶거나 담백한 음식이 생각날 때 이따금씩 찾아가기도 한다.


지난 12월 세 번을 들렀는데 그때마다 임시휴업 팻말이 걸려 있어 뭔 일인가 궁금했다. 허름한 집을 이용하다 인근 새로운 곳으로 확장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특별히 인테리어를 다시 할리는 없고 해서 혹시 문중에 상(喪)이 있나 싶었는데, 어제 다시 찾으니 영업을 한다.


반가운 마음에 "지난 달에 세 번이나 왔었는데 계속 쉬시던데, 뭔 일 있으셨나요?" 인사 건네 듯 물었더니, 황망한 답이 돌아온다.

남편상을 치렀다는.

상이 있었으면 집안 어르신 중 한분일 거라 생각했지, 부군일 거라곤 추호도 생각치 못했는데..

부부가 함께 일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기에 흐릿하게나마 선해 보이던 얼굴이 떠올라 속이 먹먹했다.


식사를 하면서는 물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함께 한 옆지기도 같은 마음인지 "아니.. 정말.. 무슨 일이래.." 한마디 후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낮게 내뱉는다.

"앞으로 자주 가야겠네. 그리고, 저기 가면 현금 내야겠다. 다음에 갈 땐 간식을 좀 사갑시다."


아주 작은 생각이지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티나지 않는 작은 배려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그 마음 씀씀이에 새삼 옆지기가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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