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또 하나의 이름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자
예전 조선시대 선인들을 보면 한 사람을 칭하는 여러 개의 이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인의 본명 이외에 어렸을 적에 부르는 아명(兒名), 그리고 장가를 간 후에 이름 대신 불렀던 자(字),
그리고, 본명이나 字 이외에 허물없이 사용하기 위해 지은 호(號)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자기 이름 하나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랬는데... 오로지 부모가 지어주신 이름 하나만으로 한평생을 살아갈 줄 알았고,
호(號)라는 것은 유명인사나 지체 높으신 분들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블로그를 비롯한 SNS의 일상화를 계기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이름들을 갖게 되었다.
글을 쓰는 문인이나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필명.
그 필명이라는 것이 인터넷 시대와 함께 누구나 사용 가능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필명에도 흐름이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 등에 자신을 노출하기 싫어하는 익명 본능에 의해 필명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알파벳의 이니셜을 사용한다던지, 혹은 그냥 상징성만 표시한다.
인천싸가지, 얼굴없는 그림자, 석양의 노숙자, 지나가던 길손... 예를 들자면, 뭐 이런 식이다.
조금 멋을 부리는 낭만주의자는 좀 더 세련되게 한다.
프리스타일, 푸른계곡, 제로존... 이런 유형이다.
주부들은 엄마라는 뜻의 영어 애칭인 마미의 줄임 표현인 [맘]을 아이 이름 뒤에 붙이는걸 즐겼다.
수니맘, 제인맘... 등등...
온라인 상에서 그렇게 통용되던 필명이, 인터넷을 통한 번개모임이나 동호회 모임 등의 오프라인 모임으로 활성화되면서 또 한번의 변화를 맞는다.
서로가 인터넷 필명에 익숙하기 때문에 직접 만나서도 서로를 필명으로 호칭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부르기 편하고 기억하기 편한 필명을 사용하게 된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모임에서 필명은 참으로 효과적인 호칭이다.
실명을 사용할 경우, 서로 나이 차가 나면 이름에 [氏]를 붙여 부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직함을 함께 부르자니, 요즘 직함이 어디 한두 개인가...
교수님, 원장님, 사장님, 이사님, 소장님... 워낙 복잡하니 헷갈리기 일수다.
그에 비해 필명은 끝에 [님]만 붙여 부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아주 편해 좋다.
사람들이 필명을 정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재밌다.
회사 이름을 사용하는 분, 동네 이름을 사용하시는 분, 또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사용하시는 분도 계시고,
종교를 갖고 계시는 분들은 종교 이름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다.
처음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을 하면서 '필명을 무엇으로 할까..' 많은 생각을 했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공공장소에서도 자연스러울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 세월에 어울릴 수 있게 가볍지 않으며 낭만적인 필명이 무얼까...
그런 나름의 기준으로 만든 필명이 지금의 [江河]다.
큰 내 江, 물 河...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자]는 내 삶의 의미를 담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 크게 불러도 부르는 사람이나 나나 자연스럽고,
그리고 내 묘비에 넣어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 것도 같다.
게다가 발음하기도 편한 것 같고...
이제 [江河]는 내 이름보다 더 친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내 이름이 되어버렸다.
동호회 후배들의 자녀들도 나를 [강하 아저씨]라고 부른다.
아내도 "발음도 부드럽고 나이 들면서 사용하기에도 품위도 느껴지고, 당신 이미지와도 잘 맞는 거 같다."며
필명을 참 잘 만든 거 같단다.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江河]로 살아가는 지금이 나는 너무 즐겁고 만족스럽다.
일시적인 것이 아닌, 스스로 애정이 느껴질 필명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