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을 해킹하는 방법

by 안철준



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왜 페이스북의 피드가 변했을까요?

혹시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피드가 예전과 좀 달라졌다는 걸 느끼지 않으셨나요?

언제부턴가 내 친구 소식은 점차 사라지고, 출처를 잘 모르겠는 자극적인 숏폼 영상이 피드에 가득차고 있다는 생각, 저만이 하는 건 아니죠?

과거의 소셜 미디어는 내 친구, 내가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 즉 '내가 이미 아는 세계'가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타(Meta)는 친구 소식보다는 AI가 골라준 추천 콘텐츠가 피드를 점령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마치 틱톡처럼 말이죠.

틱톡은 ‘사용자들이 보게 되는 콘텐츠는 우리가 결정한다’ 의 전략을 통해 플랫폼에서 원하는 콘텐츠만을 골라서 추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콘텐츠를 하나하나 검열하기보다는 틱톡의 전략에 어울리는 콘텐츠가 더 잘 바이럴되도록 하는 전략을 통해 페이스북이 18년동안 쌓아올린 성과를 팬데믹 2년만에 달성하게 됩니다.

검열에 지치고, 또 정치권의 눈치만 보던 페이스북도 결국 틱톡을 따라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들을 지속해서 노출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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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를 찾아서

결국 기술은 끊임없이 우리의 취향을 좁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젠 기업들이 AI를 이용해서 나보다 나를 더 잘아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죠.

그러다보니 피드는 내 속의 것들을 그대로 반영하게 됩니다. 피드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내 욕망, 나의 선호,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피드 속에 고스란히 투영됩니다.

그들이 이렇게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화하는 이유는 플랫폼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기업들의 고도의 전략 때문이죠.

그래서 자신의 피드는 초개인화로 더욱 좁아지고 한 방향으로만 규정되는 획일성으로 점철됩니다. 내 본성을 건드리는 것들로 가득찬 플랫폼에서 빠져나오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술 뒤에 숨겨진 상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세렌디피티(Serendipity, 뜻밖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필터 버블

엘라이 프레이저의 <생각 조종자들> 이라는 책에서 필터 버블 (Filter Bubble) 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필터 버블이란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 안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보제공업체 또는 소셜네트워크 기업이 이런 필터 버블을 세심하게 조작함해서 사용자들을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들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하다보면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걸 깨닫습니다. 보이지 않는 거품의 감옥 속에서 스스로 갇혀버린 겁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들의 기술이 우리를 조정하고 있는 겁니다.

필터 버블은 자신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근본적인 피해 뿐 아니라, 여러 문제점들을 일으킵니다.

확증 편향 강화 :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계속 접하게 되니, 자신의 생각과 신념 속에 사로잡히게 되죠.

다양성의 거부 :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의견이나 낯선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집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다양성이 사라진 존재가 되어갑니다.

세렌디피티의 실종 : 우연히 낯선 것을 발견하고 창의적인 연결을 만들어낼 기회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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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의 효용성

인문학적으로 볼 때,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비효율적인 딴짓이나 실수에서 나왔습니다.

페니실린은 실험실의 곰팡이 핀 접시를 버리지 않아서 발견됐고, 전자레인지는 레이더 실험 중 주머니 속 초콜릿이 녹는 우연에서 탄생했죠.

이걸 우리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릅니다.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완벽하게 최적화된 알고리즘의 거품 속에서는 이런 행운의 실수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세렌디피티를 제거해야 할 노이즈(Noise)로 취급할 뿐입니다.



알고리즘을 해킹하는 5가지 실천 전략

그렇다면 이 촘촘하게 얽매인 취향의 감옥에서 우리는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요?

단순히 책을 읽자 같은 뻔한 이야기보다는 우리가 내일부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세렌디피티 확보를 위한 5가지 알고리즘 해킹 전략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하나, 내 데이터에 고의로 노이즈(Noise) 심기


보안 분야에는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해 무의미한 데이터를 섞는 기법이 있죠.

일주일에 한 번,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평소라면 절대 클릭하지 않을 영상을 딱 3개만 끝까지 시청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데이터에 이상치(Outlier)가 섞이면 AI는 당황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면서 점차 추천 목록에 새로운 세계가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알고리즘 속이기 전략, 그럴 듯 하지 않나요?



둘, 시크릿 모드(Incognito)로 세상 다시 보기


로그인된 상태의 검색 결과는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거울입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가끔 시크릿 탭을 열고 검색해 보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시크릿탭을 사용하면, 자신이 사용했던 개인화라는 필터가 벗겨지면서 날것 그대로의 정보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형태의 답변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편향되지 않는 날 것의 정보는 때로는 유익합니다.



셋, 약한 연결(Weak Ties)의 힘 빌리기


나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타임라인은 그 자체로 훌륭한 큐레이션 엔진입니다.

SNS에서 나와 성향이 비슷하거나 친한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업계, 다른 정치 성향,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 3명을 팔로우하고 관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것도 첫 번째 노이즈 심기 전략과 유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연결의 고리가 사람이라는 측면이 좀 다르죠.

물론 가장 좋은 것은 SNS에서가 아니라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겠죠.

기존에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나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이 아니라, 전혀 낯설고 다른 범주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가져보는 겁니다. 약한 연결에 불과할 테지만, 이런 만남들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아주 중요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낯설게 하기. 제가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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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검색 결과 5페이지 이후를 클릭하기 (SEO의 저편으로)


검색의 첫 번째 페이지는 가장 유익한 정보가 아니라, SEO(검색 최적화)를 가장 잘한 정보가 차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자료 조사를 할 때, 일부러 5페이지나 10페이지로 훌쩍 건너뛰어 보세요. 마케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투박하지만 보석 같은 진짜 정보는 거기에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한 바로 그 정답은 아니지만 아주 새롭고 신선하죠.

Gooooooooogle 의 저 끝의 가능성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다섯, 아날로그 서점에서 무작위 브라우징 하기


오프라인 서점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알로리즘 해킹의 공간입니다.

온라인 서점은 함께 산 책을 추천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그냥 옆에 꽂힌 책을 보여줍니다.

서점 내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다양한 취향의 세계 속에 몸을 맡기는 겁니다.

점심시간에 서점에 들러 내가 관심있던 코너가 아닌 전혀 엉뚱한 코너(예: 철학, 원예) 서가 앞을 5분만 서성여 보세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공기가 정신 속으로 들어옵니다. 낯설지만 새로운 바로 그것 말이죠.

맥락 없이 꽂힌 책 제목 하나가, 풀리지 않던 기획안의 실마리가 되어줄지 모르구요.



번외, Spotify 에서 한번도 듣지 않았던 노래 듣기


이건 좀 번외인데요.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이죠.

제가 요즘 많이 사용하는 알고리즘 해킹 방법 중의 하나는 매일 하나씩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가수나 장르의 노래를 하나 찾아서 들어보는 일입니다. 매일 아침에 출근할 때, Spotify에서 무작위로 음악이나 가수를 찾아서 그냥 무조건 들어보는 겁니다. Spotify에서 추천하는 그런 음악들 말구요.

처음 듣는 음악에 귀기울이다보면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귀에 거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보석같은 음악, 가수를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죠.

최근에 저의 세렌디피티는 Mk.gee 라는 가수입니다.

뭔가 좀 우울하지만, 또 발랄한 느낌도 나면서, 몽환적이지만 경쾌한 느낌도 나는 그런 음악을 추구하는 가수였죠.

요즘 이 가수의 노래에 좀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탐색의 과정이 없이 알고리즘에 맡기고 있었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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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효율성은 우리를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데려다주고, 알로리즘은 정확하게 그 목적을 달성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참 이기기 어려운 싸움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 깊이 내제되어 있는 본성을 찾아 건드리기 때문이죠.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목적지로 가는 길 옆에 피어있는 꽃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어딘지 모르는 처음가는 국도를 달리며 창문을 내려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알고리즘의 추천을 무시하고, 낯선 길로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그 샛길 어딘가에서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 뜻밖의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가끔이라도 낯선 것들을 자신의 삶 속에 투영시키다 보면, 알고리즘이 언젠가 손을 들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잘 모르겠는데요.
뭘 추천해줘야할 지 모르겠다구요.


사실 맞습니다. 사람은 원래 잘 모르는 존재입니다.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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