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인 CES 2026이 막을 내렸습니다. CES는 단순한 가전제품 전시를 넘어 전 세계 기술 산업의 트렌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빅이벤트’로 꼽히는데요. 올해는 글로벌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160여 개국 4500여 기업이 참여해서 AI·모빌리티·헬스케어·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뭐니뭐니해도 피지컬 AI 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몇 년간의 AI가 챗GPT 같은 '똑똑한 비서'였다면, 올해 CES가 선언한 시대는 피지컬 AI였습니다. 이제 AI는 텍스트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센서로 세상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할 수 있다는 AI의 물리적 확장을 확실하게 선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화려한 가전보다 로봇과 시뮬레이션 솔루션에 인파가 몰린 이유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수요레터는 화면 밖으로 나온 인텔리전스, 피지컬 AI(Physical AI)를 키워드로, 이번 CES에서 가장 뜨거웠던 장면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피지컬 AI 에 대한 기술적 의미를 짚었으면 합니다.
기존의 AI가 디지털 데이터만 학습하는 병 속의 뇌(Brain in a Jar)였다면, 피지컬 AI는 몸을 가진 지능(Embodied AI)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아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텐데요.
* VLA 모델의 등장 : 시각(Vision)과 언어(Language)를 넘어 행동(Action)을 결합했습니다. "컵을 집어줘"라는 명령에 위치를 파악(V)하고 의도를 이해(L)하는 것을 넘어, 관절을 어느 각도로 꺾을지(A)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실제 실행까지 하는 것이 VLA 모델의 구조입니다.
* 물리적 추론 : 정해진 궤도만 움직이는 기존 로봇과 달리, 중력과 마찰 같은 물리 법칙을 이해하며 처음 마주하는 장애물 앞에서도 스스로 최적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죠.
* 에지(Edge) 지능 : 0.1초의 지연이 사고로 이어지는 현장에서,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즉각 판단을 내리는 '온디바이스'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피지컬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들이 프로토타입 단계를 넘어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선언한 것이 이번 CES 2026의 가장 큰 메시지였던 것 같아요.
이번 CES 2026에서 가장 부각받았던 기업은 바로 현대차였습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선 '로보틱스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영상으로만 선보였던 차세대 아틀라스를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어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 차세대 '아틀라스'의 데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동식 아틀라스는 56개의 관절로 360도 회전하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50kg의 하중을 견디는 양산형 모델로 진화해 실제 제조 현장 투입 준비를 마쳤습니다.
* 생각하는 로봇: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탑재한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로봇이 현장 상황을 보고 스스로 작업 방식을 결정하게 합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구체적 로드맵까지 발표했구요.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것이 신의 한수였음을 이번 발표로 증명해 낸 것 같군요. 요즘 현대자동차 주가가 장난이 아닌 이유도 그런 전망이 담겨져 있는게 아닌가 싶구요.
AI 시대에 빠질 수 없는 존재 엔비디아도 이번 CES 2026에서 피지컬 AI를 강조했습니다. 젠슨 황은 이번 키노트에서 GPU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의 운영체제를 만드는 기업으로 엔비디아로 정의하기도 했는데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양산
* 본격 양산 발표: 기존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후속작인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이 현재 본격적인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 특징: 엔비디아 최초의 고도로 공동 설계된 6칩 AI 플랫폼으로, AI 모델 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피지컬 AI)
* 알파마요(Alpamayo): 자율주행을 위한 오픈 소스 AI 모델 패밀리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단순 반응을 넘어 '인간처럼 사고하고 추론'하여 복잡한 도로 상황을 판단하는 기술입니다.
* 코스모스(Cosmos): 주변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움직임을 예측하는 세계 파운데이션 모델(World Foundation Model)로, 로봇과 산업 자동화의 핵심 기술로 소개되었습니다.
* 메르세데스-벤츠 협력: 2026년형 벤츠 CLA 모델에 엔비디아 드라이브(DRIVE) 스택이 탑재되어 AI 기반 자율주행을 선보였습니다.
게이밍 및 소비자용 기술 (RTX & AI PC)
* DLSS 4.5: 이미지 품질과 프레임 생성 기술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DLSS 4.5를 발표했습니다. RTX 50 시리즈를 포함한 하드웨어에서 더 정교한 업스케일링을 지원합니다.
* G-SYNC Pulsar (펄서): 가변 주사율(VRR)과 모션 선명도를 극대화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표준입니다. 360Hz 주사율에서 1000Hz 이상의 체감 모션 명확도를 제공합니다.
* RTX Remix & 온디바이스 AI: AI를 활용해 고전 게임을 리마스터하는 RTX Remix Logic과 PC 내에서 직접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현대와 엔비디아 외에도 글로벌 업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몸을 가진 AI'를 선보였습니다.
삼성전자 '볼리(Ballie)': 집안 구조를 3D로 매핑하는 공간 지능을 갖추고 상용화 수준으로 진화했습니다. 스스로 이동하며 가전을 제어하고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움직이는 집사'가 되었습니다.
LG전자 '클로이드(CLOiD)': 뜨거운 오븐에서 음식을 꺼내 접시에 담는 등 정교한 힘 조절(Force Control) 능력을 뽐냈습니다. "공감지능"을 로봇의 손끝에 구현하며 가사 노동의 해방을 예고했습니다.
캐터필러(Caterpillar): 거대 중장비에 피지컬 AI를 이식했습니다. 굴착기가 스스로 지형을 스캔해 흙을 파내고 수평을 맞추는 자율 작업 시스템으로 건설 현장의 무인화를 선언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 '스캔 앤 고': 사람이 일일이 코딩하지 않아도 AI가 물체를 보고 스스로 연마 작업 계획을 세우는 솔루션을 선보여 제조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LG CNS: 로봇이 스스로 환경을 학습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형 로봇(RaaS)' 플랫폼을 통해 기업용 피지컬 AI 생태계를 확장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CES의 중심은 '더 크고 선명한 TV'였습니다. 몇 년전부터 AI라는 키워드가 CES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였는데, 이제 2026년의 라스베이거스는 더 똑똑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AI로 무장한 로봇의 무대였습니다.
피지컬 AI의 등장은 하드웨어의 가치가 다시 부활했음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똑똑한 뇌가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정교한 몸과 근육이 없다면 물리적 세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격전지는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현장'과 '집'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제조업의 새로운 부흥이 AI를 통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