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촌장입니다.
SaaS (Software as a Service)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가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SaaS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뜻으로, PC에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이용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방식을 말합니다. SaaS 기업들은 지난 20여년 간 전례 없는 성공가도를 달려 왔었는데요.
끊없이 성장할 줄 알았던 SaaS 비즈니스가 AI 라는 복병을 만나,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더이상 설득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도래했다는 건데요.
오늘은 유럽 IT의 자존심이자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상징이었던 SAP의 가치 하락, 그리고 그 뒤에서 조용히 일고 있는 SaaS 비즈니스의 균열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SaaS 비즈니스가 그토록 성공적으로 성장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
초기 비용의 혁명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려면 비싼 서버를 사고 수억 원의 라이선스비를 한 번에 내야 했습니다. 초기 비용이 너무 높아서 도입의 큰 허들이 되었죠. 하지만 SaaS는 매달 적은 구독료만 내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들의 초기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 수 있었습니다.
유지보수의 운영 어려움에서 해방시켰습니다.
SaaS 이전에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버그를 고치려면 엔지니어가 직접 방문하거나 복잡한 설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SaaS는 공급업체가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항상 최신 버전의 기능을 아주 쉽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안정적 수익 (구독 경제)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SaaS의 가장 큰 매력은 매달 들어오는 구독료였습니다. 일회성 판매가 아니라 꾸준히 쌓이는 수익 구조 덕분에 SaaS 기업들은 미래 매출을 예측하고 공격적인 재투자를 할 수 있었으며, 이는 투자 시장에서 매우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 없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글로벌 협업 시대에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과 재택근무 확산은 SaaS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이 밖에도 SaaS가 성장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SaaS 비즈니스의 이런 장점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많은 SaaS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해 왔고, SaaS는 기업의 코어를 담당하는 핵심 운영 자산이 되어 왔죠.
그런데 최근 독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한때 유럽 시가총액 1위를 지켰던 이 소프트웨어 거인이 불과 11개월 만에 시총 약 1,300억 달러(약 187조 원)를 공중으로 날려 보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장비의 제왕 ASML과의 격차는 이제 두 배 이상 벌어졌죠.
단순히 주식의 하락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시장에서 SaaS 기업이 가졌던 막강한 포지셔닝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최근 SAP의 움직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입니다.
SAP라는 특정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지난 10년 간 시장의 진리였던 구독형 소프트웨어 모델에 대해 시장이 근본적인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SaaS 의 대표적인 기업들의 주식들도 10~20% 사이에서 하락하고 있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 지수인 예상주가수익비율 PER은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에는 이미 예상하셨듯이 바로 AI의 등장 때문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엄청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AI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서 구독형 SaaS 서비스들을 기업 스스로 자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움직임이 태동하기 시작했고,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구심을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긴 곳이 바로 스웨덴의 핀테크 거물, 클라르나(Klarna)입니다.
클라르나는 최근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바로 SaaS 시장의 두 기둥인 세일즈포스와 워크데이를 해지하고, AI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 뿐 아니라, 사내에서 쓰던 약 1,200개의 SaaS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EO인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는 SaaS 기업들이 기업의 데이터를 파편화시키고 비싼 구독료만 챙기는 고도화된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클라르나는 OpenAI의 기술과 자체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상담원 800명 이상의 몫을 단 며칠 만에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4,000만 달러(약 57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전환이 정말로 효과적인이었나에 대한 논의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 AI를 통한 서비스와 운영의 전환이 기업의 핵심 서비스를 평범하게 절하시킬 수도 있고, 시대의 빠른 변화를 고스란히 스스로의 힘으로 다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무모해 보이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SaaS에 얽매이지 않고 AI를 이용해 자신들의 운영 서비스를 직접 구동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던 말이 먹히던 오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 테마의 고고한 흐름의 끝단에서 꽃을 피운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SaaS 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치우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SaaS 기업들이 확보한 기술적 해자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수십 수백 명의 개발자가 쌓아 올린 기능적 우위가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같은 툴로 단 일주일 만에 구현될 수도 있는 상황에 맞닥들인 거죠.
기술적 해자가 무너지면 해당 도메인의 노하우를 축적한 회사 스스로 훨씬 더 고도화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직접 구현해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적인 SaaS 기업들은 지금 AI 시대의 효율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것처럼 보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내용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인당 과금(Per-Seat)의 역설: 생산성이 오를수록 매출이 깎인다
SaaS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직원 수만큼 돈을 받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AI는 이 공식을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과거엔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사람이 더 필요했고, 계정(Seat)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에이전트 하나가 직원 10명의 일을 처리하면, 기업은 계정 10개를 해지하고 1개만 남겨도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SaaS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에 빠진 셈입니다.
2. 기능적 해자의 붕괴: '구현'은 더 이상 비싸지 않다
SaaS 기업들은 수많은 개발자를 투입해 만든 정교한 기술을 핵심적인 차별점으로 삼았습니다. "이걸 직접 만들려면 돈이 더 들어"라는 논리였죠.
맞습니다. 과거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몇 년씩 걸리는 대공사였죠. 이런 운영 서비스를 직접 개발한다는 건 엄청한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직접 구현하기 보다는 SaaS 기업들의 고도화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의 등장으로 AI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복잡한 사내 운영 시스템을 구현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비싼 구독료를 내고 남의 툴을 빌려 쓰기보다, 우리 회사 입맛에 딱 맞는 툴을 직접 구워 쓰는 게 더 싸고 빠르르게 된 겁니다. 클라르나의 사례가 바로 이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죠.
3. UI(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종말: 클릭은 이제 노동이다
SaaS의 성공은 편리하고 효과적인 화면(UI/UX)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화면은 어쩌면 '방해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의 메뉴를 잘 익혀서 효과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직관적인 대시 보드의 가시성을 통해 운영자의 인사이트를 높여주는 방식이 SaaS 기업들이 무엇보다 내세웠던 장점들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사용자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대시보드와 메뉴의 기능들을 익힐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지난달 매출 보고서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정확한 대답을 아주 쉽게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복잡한 UI를 가진 기존 SaaS들은 AI 에이전트가 소통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옷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4. 도구(Tool)에서 결과(Outcome)로의 주권 이동
SaaS는 그동안 "좋은 망치를 빌려줄게"라는 비즈니스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좋은 도구를 제공해 줄테니, 마음껏 잘 사용해서 멋진 결과를 얻어보라는 제안이었죠.
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좋은 망치가 필요한 게 아니라, 딱 맞는 못질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사용자(사람)의 몫이었다면 이제 AI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일을 끝마쳐주는 비서가 되었습니다.
사용자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최종 결과값에만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하는 거죠. "도구 사용료"를 받던 SaaS 모델이 "노동 비용"을 청구하는 AI 모델과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틈을 헤집고, 컴파운드 스타트업들이 기세가 무섭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기능들을 하나로 모아, 실제 기업의 담당자들이 원하는 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도구가 아니라 비지니스 성과를 판매하는 모델입니다.
물론 전통의 강자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겠죠. 이들은 자신들만이 가진 최대 무기인 맥락이 담긴 데이터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깊이와 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기업은 전통의 SaaS 기업들입니다. 외부 AI가 기업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보안과 연동의 벽이 높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세일즈포스나 서비스나우와 같은 SaaS 기업들은 이미 기업의 핵심 데이터를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데이터 패브릭 기술을 통해 흩어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며, 외부 에이전트가 흉내 낼 수 없는 정확한 답변과 실행력을 자체적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무기로 API를 통한 폐쇄적 생태계를 배타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겠죠. 앞서 얘기했던 보안과 안정성을 명분으로 외부 AI 에이전트의 데이터 접근을 까다롭게 제한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엔 충분히 설득 가능한 이유들이 많죠. 반면 자사의 AI 플랫폼은 시스템 깊숙이 연결된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로 하여금 외부 에이전트를 연동하느라 고생하느니, 이미 데이터가 있는 우리 에이전트를 쓰라고 유도하는 전략이죠.
수익 모델의 전환도 서서히 시도해 가는 중입니다. 인당 구독료 대신 AI가 해결한 업무 건수나 가치에 따라 돈을 받는 결과 기반 과금(Outcome-based Pricing)을 도입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문법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소프트웨어 시장은 더 이상 얼마나 좋은 기능을 가졌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가 도구에 머물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AI 에이전트의 시대입니다. 도구가 아니라 실제 그 일을 얼마나 잘해낼 수 있는가가 비즈니스의 핵심적인 질문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SaaS 기업들이 이 거대한 전환점에서 혁신자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AI 에이전트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향후 몇 년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개인 뿐 아니라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의 물결도 너무 거대합니다. 가히 기술 혁명의 시대입니다.
AI ERA 에 우리는 진입했습니다.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