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포근포근한 날씨에, 때때로 봄비에,꽃비에, 마구 사람 마음을 휘저어놓는데, 이럴 때 영화에서 만나게 될 인생까지 마음을 들쑤시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날씨가 이유이긴 할 것 같아요. 유독 봄마다 아름다웠던 추억 떠올리시는 분 많이 계시는 것 같아요. 결혼의 계절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기억 떠올리면서 특히 첫사랑 떠올리시는 분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낭만적인 로맨스를 펼친 인생을 만나보려고 하는데, 혹시 첫 사랑 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 있나요?
클래식 스틸컷_출처:NAVER
많죠. 우리나라 영화로는 건축학개론,해외 영화로는 뭐니 뭐니 해도 노트북이죠. 정말 빼놓을 수 없는 감동작이었고, 러브레터도 유명했죠. 라라랜드도 첫사랑에 관한 스토리로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죠?
노트북 스틸컷_출처:NAVER
대단한 영화들이었죠.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첫사랑 영화는 <클래식> 아닐까 싶은데요, 관객으로부터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감동이다.', '열 번 봐도 열 번 다 재밌다.', '한국 멜로 영화로는 아직도 최고다.' 같은 평을 지금까지 받고 있더라구요?
곽재용 감독님의 클래식. 설레는 작품이었는데 곽재용 감독님 작품 중에는 '엽기적인 그녀'도 상당한 히트작이었잖습니까.
엽기적인 그녀_출처:NAVER
엽기적인 그녀, 개인적으로 몹시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인기가 많았었죠. 참신하고 신선한 감동을 주던 작품인데, 그로부터 2년 뒤인 2003년 <클래식>이 개봉됩니다.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곽재용 감독님이 각본 쓰시고 감독을 맡았죠.
클래식을 통해 배우 손예진 씨가 더욱 알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죠. 손예진 배우가 1인 2역을 맡았어요. 남자 주인공으로는 조인성, 조승우 배우가 등장했는데, 당시 촬영 분량은 더 많았으나 편집 때 제가 좋아하는 조인성 배우의 분량이 많이 잘려나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빗속에서 뛰는 유명한 그 장면도 우리가 아는 장소 외에 여러 장소에서 촬영을 했었다고 합니다.
클래식 스틸컷_출처:NAVER
아주 설레는 명장면이었죠. 비 오는 봄에 떠올리기 좋은 장면인데요, 조인성, 손예진 배우였죠. 재킷 하나를 머리 위로 쓰고서 빗속을 뛰던 그 풋풋했던 장면부터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죠.
그 장면에서 <자전거 타는 풍경>의 낭만적인 OST <너에게 난, 나에게 넌>까지 깔리며, 더 마음을 설레게 했어요. 조인성 배우가 맡은 상민 선배와 함께 뛰던 지혜가, 사실은 상민 선배를 혼자 좋아하고 있었어요. 친구 수경이가 상민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지혜는 상민 선배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할 수 없었죠.
심지어 수경이 이름으로 상민 선배한테 연애편지까지 대신 써주곤 했지 않습니까? 자신도 많이 좋아하면서, 그 마음이 어땠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비가 오던 그날, 학교 교정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다가 상민 선배와 딱 마주치게 되는 장면이 많은 분 기억 속에 있겠죠? 상민 선배를 발견하곤 놀라서 가버리려고 하니, 상민 선배가 부르죠. '지혜야. 어디까지 가니?' 아. 정말 어쩌면 좋습니까. 심장이 콩콩 뛰는 순간이죠. 지혜가 어색하게 대답합니다.
"도서관이요."
"그렇게 멀리?"
"안 멀어요. 저기 건물마다 천막 밑에서 쉬었다 가면 돼요."
"그럼 내가 모셔다 드려야지. 나만의 우산으로."
영화 클래식_출처:NAVER
재킷을 둘러 쓰고 두 사람이 고인 빗물을 밟고 물을 튕기면서 뛰는데, 그때부터 아, 시작이구나, 싶죠.
참 예뻤죠. 손예진 배우가 과거 엄마의 젊은 시절인 주희와 현재의 지혜를 맡았고, 과거 주희의 상대 준하역으로 조승우 배우가 등장했죠. 준하, 주희 스토리와 상민, 지혜 스토리가 나중에 하나로 모아지며 폭풍 감동을 남겼는데, 아직까지 한국 로맨스 영화 1위 자리를 굳게 지키는 중입니다. 과연 <클래식>만큼 설레는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평까지 있을 정도인데, 지금 보면 몇몇 장면에서 다소 촌스럽게 여겨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혜의 대사죠? '촌스러워. 클래식하다고 해두죠.'라는 대사 하나로 정돈되지 않나 싶어요. 과거의 주희가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요, 수원우체국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벚꽃으로 잘 알려진 경남 진해에 있는 우체국에서 촬영되었죠. 포크댄스 추는 장면도 진해의 우체국에서 촬영되었는데, 근대의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우체국이에요.
과거 회상 장면이라 오래된 건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세트장이 아닌 실제 진해의 우체국이군요.
지금은 우체국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진해의 제일 큰 로터리 부근, 아름답게 지어진 옛날 건물 '우체국'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찍는 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장소라고 하네요. 한국전쟁 당시에 진해는 피해를 입지 않아서 근대 건물이 제법 많이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해요.
클래식 영화를 보셨던 경남에 계신 분 중에, 진해 우체국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분도 많으실 텐데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주희가 여름 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우연히 준하라는 남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첫눈에 반해 사랑이 싹트죠. 그러나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른들의 계획대로 아무런 인사도 없이 짧은 여행은 끝나고 헤어지게 되는데요. 이후 각자 학교로 돌아갑니다.
클래식 스틸컷 _ NAVER
준하는 주희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날 준하의 가장 친한 친구 태수가 준하에게 연애편지를 대신 좀 써달라 부탁하죠. 태수는 자신과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집안에서 정해놓은 베필이 있다며, 그 여학생에게 편지를 적당히 좀 써달라고 사진을 보여줍니다. 네. 바로 사진 속 여학생이, 준하가 잊지 못하던 여름 방학 때 만난 주희의 사진이었던 것이죠.
정말 애매한 관계였어요. 태수의 집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주희와의 관계를 추진시켰잖습니까. 그런데 현재로 돌아와서는 지혜가 자신의 친구 수경이를 대신해 상민 선배에게 편지를 쓰니, 엄마의 과거 스토리와 지혜의 현재 스토리가 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네요.
재개봉도 했었던 작품인데, 2021년 올해 5월, 또 한 번 극장에서 재개봉한다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안 될 것 같아요. 그 어떤 영화보다 마음에 설렘을 주는 영화니까요.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고 싶으신 분들,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필요한 분들은 로맨스 영화의 정석 클래식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클래식 스틸컷 _ NAVER
살아있는 동안 유형의 어떤 것에 돈을 쓰지 말고, 무형의 것에 돈을 쓰라는 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