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만 생각하다 놓치기 쉬운 것들
혼자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때 막막한 것이 디지털 작업을 하기 위한 툴을 접했을 때가 아닐까요? 조언을 구해도 건축과에서 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다르고 인테리어 제안서를 작성할 때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다르고, 공간의 모양이나 디테일에 따라 궁합이 맞는 프로그램이 다르다고 합니다. 시간이 많다면 다 배우는 게 좋겠죠… 시간을 차치하더라도 기업이나 교육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선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할인 없이 내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기획 > 아이디어 구체화 및 컨펌 > 설계 > 시공
누군가에게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기획 단계입니다. 이땐 브레인스토밍과 리서치가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단계의 일을 주로 하는 분들은 데이터를 다루는 툴들을 다룰 줄 알아야겠죠! 온라인 강의를 보다 보면 엑셀 만으로도 충분히 퀄리티 있는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과 내게 MS 오피스 툴이 편한지, 어도비의 툴이 편한지에 따라 결정될 것 같습니다. 어떤 툴을 쓰건 생각이 정리가 잘 되어있어야겠죠. 저는 생각을 정리한 뒤 그것을 표현할 방법을 유튜브에 찾아봅니다. 가장 자주 찾는 분은 페이퍼 로지 님!
아이디어 구체화와 컨펌을 받기 위한 단계에선 다양한 제안을 수정하며 디벨롭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고 가볍게, 툴의 제약 없이 생각하기 위해 손을 씁니다. 툴을 켜고 생각을 하려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툴을 통해 표현하는데에서 생각이 갇혀버립니다. 그래서 스케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클래스 101에서 여행 드로잉 수업을 들었는데 기대를 많이 하지 않고 들은 것에 비해 관찰력도 많이 늘고 표현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스케치 속도만 늘면 돼요 ㅎㅎ…
이제야 본론이 나옵니다. 설계를 위해선 어떤 툴을 다뤄야 할까요. 2014년에 처음 인테리어 공부를 할 때만 해도 캐드와 맥스만 다룰 줄 알면 됐습니다. 취업 후 레빗을 배우기 시작했고 스케치업이 추가되더니 다양한 랜더링 툴(브이레이, 엔스케 이프, 루미온, 트윈 모션…)까지 배워야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올 겨울에는 무료 모델링 툴인 블렌더와 라이노를 배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배우다 지쳐 든 생각에서 시작된 글이기도 하고, 간혹 공부를 시작하려는 분들의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해 찜찜한 마음에 쓰기 시작한 글이기도 합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라면 가려는 회사의 채용공고에 있는 툴을 익혀야 합니다. 일을 하는 분들은 나와 협력하는 분들이 편하게 쓰는 툴을 알아야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툴 때문에 기회를 포기하지 마세요!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툴이라면 (건축 모델링 툴과 2D 시각 디자인 툴은 다르지만) 명령어나 디자인하는 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쓸 줄 아는 툴이 있다면 새로운 걸 익히는 건 금방입니다.
쓸 줄 아는 툴이 없다면 처음 배울 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한 툴을 깊게 다룰 줄 알게 되거나 여러 툴을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아는 감이 생깁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들을 여건이 안 된다면 온라인 강의 중에서 강의 시간이 짧아서 빠르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코스를 들어야 끝까지 수강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인강을 듣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챌린저스나 한달어스와 같이 정해진 기간 동안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인증하는 모임을 함께 해 보세요. 혼자 할 때보다 덜 외롭고 성과도 금방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