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쨍한 날 일어난 일…
8월 초 집중호우 때의 일이 아니다.
작업실 출근시간에 맞춰 세탁기 예약을 걸고 퇴근했는데 다음 날 출근해서 보니 현관까지 바닥에 물이 찰랑이고 있었다. 작업실에서 쓰는 수건과 린넨류를 온수로 돌리느라 방 안은 습기가 가득… 세탁 시간은 한 시간 넘게 남은 상황. 급하게 세탁기를 끄고 건물주에게 전화를 했다.
누수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욕실 바닥을 제외한 곳들은 바닥 방수처리를 당연히 하지 않기에… 내 방 바닥에 고인 물은 고스란히 아래층으로 새기 마련 ㅠㅠ 물을 퍼내고 있는데 건물주도 급하게 오셔서 같이 물을 퍼주셨다. 휴일이라 아래층 가게들이 문을 안 열어 바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설상가상이었다.
세탁기에서 물이 샌 문제는 바로 조치를 했고 작업실에 고인 물은 다 닦아냈는데 행주를 사러 아래로 내려가니 계단실 벽과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쌔했다.
우려했던 대로 아래층 상가 세 곳에 물이 샜다. 너무 죄송한 마음에 정신없이 물을 퍼내고 닦아드렸다. 오후 일정 모두 취소하고 사과 드리고 닦고 또 닦고… 정말 다행인 건 건물주 분께서 같이 수습을 도와주셨고, 가게 주인들도 모두 양해해주셔서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일이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런 사건이 생기나 생각하는 걸로 마음을 다잡았다.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있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이웃들과 인사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