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와 달리

순탄한 나의 첫 담임생활(?)

by ItMiRi

뭔가 사건사고가 많았을 것 같은 나의 첫 담임 교사 생활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오는 어려움보다,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원감님과 함께하는 투담임 체제는 든든하면서도,

때로는 원감님의 부재로 혼자 모든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한 번은 원감선생님께 딸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듯,

짜증 섞인 말로 신세 한탄을 한 적도 있었다.
그날은 아이들이 없는 낮잠 시간이었는지,

통합보육 시간이었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인자하시던 원감선생님은 더는 내 투정을 받아주기 어렵다며

날카로운 말투로 선을 그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내가 철없이 굴었던 것이다.
실은 원감선생님께 배우는 게 훨씬 많았고,

내가 힘들 때마다 그분 뒤에 숨어버린 적도 더 많았다.
그저 잠깐의 힘듦을 이기지 못해 터뜨린 투정이었을 뿐인데.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하던 동료 교사 한 분이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학기가 거의 끝나가던 시기라 새 교사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보육교사들은 보통 한 해 맡은 반을 끝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학기 중 채용을 꺼려한다.
그래서 면접 보러 오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더구나 학기 말이었기에 새 학기를 앞두고 움직이려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학기 중에 T.O가 나면 ‘그 반에 문제가 있는 건가?’ ‘어린이집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분위기도 있다.)



원감선생님은 선생님들에게 주변에 쉬고 있는 교사가 있는지,
잠깐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선생님이 구해질 때까지만 도와줄 수 있는지

계속해서 부탁하고 계셨다.

그때 문득,

잠시 쉬고 있던 보육교사 친구가 떠올랐다.



나는 친구에게 아르바이트 한다고 생각하고 잠시만 도와줄 수 있겠냐고 연락했다.
마침 친구도 놀기만 하는 게 지루하던 차였고, 어린이집도 집 근처라 흔쾌히 오겠다고 했다.



친구가 들어간 반 역시 투담임이었고,

적응 기간이 필요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어느새 1년이 안정적으로 채워질 즈음,
원감선생님이 어린이집을 그만두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당시의 그 어린이집은

원감선생님의 아들이 원장을 맡고 있었기에,

단순히 원감선생님만 일을 그만 둔다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원감선생님을 누구보다 더 믿고 따랐던 나에게는

너무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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