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나의 첫 번째 눈물
사고가 비일비재한 것이 영아반의 일상이라고 모두들 말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름 없이 남아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장면.
그날, 원감님은 자유놀이 시간에 잠시 서류를 검토하러 자리를 비우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잠시’라는 단어가 얼마나 길게 남을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포근한 반은 두 반이 함께 쓰던 공간이었기에,
늘 교구 넣을 자리가 부족했다.
영아반이라면 2단 교구장이 기본이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3단 교구장을 쓰고 있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과 발에 비해
너무 높게 솟아 있는 탑 같았던 그 교구장.
그리고 그곳에는 늘 올라가던 아이가 있었다.
혼이 나도, 낙상으로 울음을 터뜨려도,
다음 날이면 태연히 다시 그 위에 오르던 아이.
‘참 신기하다… 꼭 이런 친구는 매년 한 명씩은 있구나.’
나는 생각만 했을 뿐,
그날이 어떤 날이 될지 예감하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아이들을 계속 보고 있다가,
정말 단 5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교사장 위로 물건 하나를 올려두려고
아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〇〇아, 거기서 떨어지면 다친다고 선생님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그리고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으앙!!
순간 등골이 서늘하게 식었다.
수많은 울음을 들었지만
이 울음은 결이 달랐다.
아이는 매일 떨어지곤 했지만,
그때 들린 소리는 훨씬 더 묵직했다.
“거봐, 선생님이 떨어진다고 했지?”
늘 하던 말처럼 툭 내뱉고 아이 쪽을 향한 순간,
내 시야가 흔들렸다.
입가에서 선홍빛이 흐르고 있었다.
피와 침과 눈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치 더 큰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영아들의 피부는 작은 긁힘에도 붉어지곤 했지만,
피가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장면은
내 가슴을 사정없이 쥐어뜯었다.
“〇〇아…!”
나는 아이를 안아 들고
거의 뛰다시피 원장실로 향했다.
뛰는 내걸음만큼 마음도 휘청거렸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등을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 짧은 순간이
나를 죄인처럼 만들었다.
“원감님!!! 구급차… 구급차 불러야 할 것 같아요!”
내 목소리는 떨렸고, 숨은 가빴다.
“〇〇이 입에서 피나요…!”
원감님은 아이는 울고, 나도 울고,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에
순간 큰 사고라도 난 줄 아셨다고 한다.
“진정 좀 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그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말을 더듬으며 상황을 설명했고,
안고 있던 내 팔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원감님은 조심스레 아이의 입안을 살펴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선생님, 〇〇이보다 선생님이 더 놀랐네.
입 안은 치아에 부딪힌 작은 상처예요.
침이랑 눈물이 섞이니까 피가 더 많이 보인 것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숨이 턱 하고 흘러나왔다.
“〇〇이는 내가 약 바르고 진정시킬게요.
선생님은 얼른 포근한반 아이들 보러 가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우리 반!’
나는 급하게 교실로 되돌아갔다.
비운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되돌아온 교실은 풍경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아이들이 제 세계에 몰입해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때,
나에게 껌딱지가 되어버린 아이가
조용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작은 손으로
내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닦아 주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는 존재였다.
누군가 슬퍼하면 함께 마음이 움직이는 존재였다.
“미안해… 선생님이 미안해…”
나는 철없이 아이 앞에서 더 울고 말았다.
잠시 후 원감님이 들어오시며 상황을 정리해 주셨다.
“입 안 상처는 크지 않았어요.
엄마께도 이미 말씀드렸고
약도 발라주었어요.
하원할 때 보면 금방 아물 겁니다.”
그리고는,
조금 지치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우, 나는 선생님 때문에 더 놀랐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을 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울 거야?
선생님이 놀라면 아이들은 더 놀라요.
마음은 알지만… 다음에는 그러면 안 돼요.”
그 말은 꾸중 같았고,
위로 같았고,
응원 같았다.
그날 나는
교사의 작은 표정 하나, 작은 흔들림 하나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크게 번져가는지를
또 한 번 배웠다.
작은 사고 하나에
아이보다 더 크게 흔들린 나를 보며
나는 아직 배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렷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은 손들 앞에서
나는 조금씩
더 큰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