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원장 선생님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새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어린이집을 떠나려면 인수할 원장님도 필요했기에
이번 학기만은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2월에 새로운 원장선생님이 오셨다.
원감선생님이 포근한 할머니 같은 분이었다면,
새 원장님은 카리스마 넘치고 세련된, 성공한 커리어우먼 같은 분위기였다.
상냥하게 웃고 있어도 묘하게 압도되는 포스가 있었다.
새 원장님은 기존 선생님들과 함께 새 학기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셨고,
두 달만 도와주려던 내 친구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 속에서 새 학기를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어린이집은 2층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이라
아늑하고 정겨웠지만,
큰 아이들이 지내기에는 조금 좁아 보이는 곳이었다.
원장선생님은 내부 공사를 하고 싶어 하셨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조금씩 고쳐가겠다며 외관부터 손보기 시작하셨다.
예전에는 ‘여기가 어린이집일까, 그냥 집일까?’ 싶은 면이 있었는데
외벽만 바꿨을 뿐인데도 분위기가 달라져
한층 밝고 예쁜 어린이집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새 원장님은 선생님들의 성장을 돕는 일도 아끼지 않으셨다.
수업만 신청해 주시는 게 아니라 직접 어린이집 차로 데려다주고,
근처 식당에서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정기결제까지 해놓을 만큼 배려 깊은 분이었다.
베이비싸인 수업뿐 아니라 교구를 만드는 과정도 지원해 주셔서,
각 반에는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원목 싱크대와 수납장까지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보육교사 생활을 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교사 워크숍 여행도 그분이 준비하셨다.
동료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있어 외박이 쉽지 않았지만
원장님이 아이들과 함께 오라고 배려해 주신 덕분에
리조트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향한 마음뿐 아니라
교사들을 챙기려는 정성까지 느껴져
그때는 정말, 좋은 원장선생님을 만났다고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