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시작
다행스럽게도 나는 포근한 반 담임이 되었을 때
학부모님들의 첫인상과는 달리 아이들과 애착도 잘 형성되었고,
큰 어려움 없이 한 해를 보냈다.
그 덕분에 다음 연령에도 함께 가주길 바라는 요청이 많아
연임을 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 한 학부모님에게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는 연락이 와 깜짝 놀라 답장을 드렸다.
그런데 어머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진 속 아이는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현관문 앞에서 울고 있었는데,
이유를 묻자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울어대서 난리였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뭘 해주셨길래 이렇게까지 좋아하느냐”며
고맙다고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난다.
그 울고불고하던 아이는 예전에 내가 그렇게 걱정하던
다른 선생님에게 늘 붙어 다니던 ‘껌딱지’ 그 아이였다.
감사하게도, 정말 감사하게도
기존 아이들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지 않고
모두 그대로 같은 반이 되었다.
아이들과 나는 때로는 친구처럼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나를 자기 엄마처럼 생각하며
살갑게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행복한 반의 일 년이 시작되었다.
포근한 반 동생들이 생겼다는 이유인지,
아이들 사이에서는 제법
스스로를 ‘언니, 오빠, 누나, 형’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너무 귀엽고 웃기고, 어이가 없으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심지어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언니가 해줄게.”
“오빠가 도와줄게.”
라고 말하며 작은 손으로 뭔가를 도와주려는 모습은
볼 때마다 마음이 녹아내릴 정도였다.
어느 날엔 나에게도
“○○ 오빠가 해줄게”라고 말하길래
“○○이가 선생님 오빠야?” 하고 물었더니
“○○이는 오빠지.” 하고 대답해
그 자리에서 한참 웃었던 기억도 있다.
포근한 반은 어린이집 안쪽 깊숙한 곳에 있었지만,
행복한 반은 어린이집 현관 바로 옆,
원장실과 마주한 위치였다.
창문이라도 열어두면 바로 대로변이라
내 목소리가 밖으로 고스란히 새어나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평소 나는 목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자연스레 조금 더 커지고,
특히 안전사고의 위험이 느껴지면
목소리가 훨씬 더 커지곤 했다.
밖에서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는 말투가 나올 때도 있어
원장님이 몇 번이고 놀라서 달려오시기도 했다.
겨우 일 년을 옹알이만 하던 아이들과 지내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이전보다 말을 훨씬 많이 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보육교사가 조심해야 하는 표현을
툭툭 쓰게 되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 반은 구조상
학부모님들이 지나가며 들을 수 있는 위치라
더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그래서 원장님은 매일처럼
주의해야 할 말투와 표현을 부드럽게 조언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