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먼저

한 아이와 그 엄마를 바라보며 (1)

by ItMiRi

갑작스러운 고성에 행복한 반 전체의 시간이 한순간 멈춰 섰다.


즐거운 하루를 위해 틀어 두었던

아주 작은 배려가 그날은 위기가 되어 돌아왔다.


황급히 노래를 끄고 그 친구를 품에 안아 달래 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가슴 깊숙이 오래 남았다.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원 시간, 상황을 설명하며 어머님께 여쭈었더니

집에서는 그 노래를 틀어 준 적이 없어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하셨다.

노래 속의 갑작스러운 효과음이었을까,

아니면 멜로디의 흐름 자체가

그 친구에게는 견디기 힘든

자극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또 다른 모습은 유난히 심한 편식이었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반찬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어떤 날은 흰 밥만 천천히 씹었다.

집에서도 비엔나소시지가 아니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비엔나소시지가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한다고 하셨다.


편식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인인 나 역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이 있으니까.

그래서 보육교사로 지내는 동안

억지로 먹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다만 한 번은 스스로 맛을 보게 한 뒤,

그래도 고개를 저으면 그 선택을 존중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한 가지 음식에만 머물러 있어

필요한 영양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고,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몸은 유난히 가벼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건너오며 우리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가까워졌다.


어느 날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어느 날은 살짝 다가와 뽀뽀를 해 주는 소중한 사이가 되었다.



행복한 반은 그렇게,

큰 파도 없이 조용한 하루들을 건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부모 상담 기간이 다가왔다.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과 상담은 비교적 가벼웠다.

대부분 두 해를 함께 보냈기에,

그동안 자라 온 모습이나 새롭게 드러난 변화들을 이야기했다.


부모님들의 걱정은 성장의 연장선 위에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상담이라기보다 담소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가장 무겁고도 두려웠던 분이 남아 있었다.


이 친구의 어머님이었다.


평소 예민해서 무서웠던 것이 아니다.

어머님은 언제나 말수가 적었고,

감정이 쉽게 닿지 않는 얼굴로 무기력해 보였다.


상담실에 마주 앉았지만 어머님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셨다.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시선은 테이블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아이의 하루와 놀이하는 모습,

조금씩 달라진 반응들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하셨다.

짧은 대답조차 없던 그 침묵이 공기처럼 방 안에 쌓여 갔다.


잠시 말을 멈췄을 때,

어머님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집에서도 비슷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게 집에서는 식사는 어떤지,

잠은 잘 자는지 여쭈었다.


어머님은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먹는 건… 비엔나소시지 말고는 거의 안 먹어요.

하루 종일 안 먹고 버티는 날도 있고요.”


“잠도 깊지 않아요. 자주 깨고,

깨면 한참을 안아 줘야 다시 잠들어요.”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말들에는

지친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그리고 어머님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조용히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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