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먼저

한 아이와 그 엄마를 바라보며 (2)

by ItMiRi

“병원에서는… 유사 자폐라고 했어요.”


그 단어는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오래 머뭇거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기다리면 괜찮아지는 건지…”


말은 아이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어머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아이의 신호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오래 바라보고 붙잡아 줄 여유가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아이에 대한 걱정보다 자기 안의 두려움과

우울함이 먼저 앞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는 말 대신 몸으로,

행동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처음으로 한 문장을 건넸다.

“어머님, 그동안 정말 많이 혼자 버텨 오신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님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앉았다.

끝까지 붙들고 있던 힘이

조금 느슨해진 사람처럼

짧고 떨리는 숨이 흘러나왔다.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요…

잘 버틴 건지도 모르겠어요.”


말끝은 흐려졌고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요.

뭘 해 줘야 할지는 알 것 같은데,

막상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그제야 눈물이 맺혔다.

쏟아지지 않으려 애쓰는 눈물이라

더 오래, 더 아프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모른 척한 것 같아요.

안 보면 덜 무서울 것 같아서요.”


그 말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변명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털어놓는 고백처럼 들렸다.


어머님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얼굴이었다.


어머님은 아직 많이 어렸다.

나이도, 마음도

‘엄마’라는 이름이 요구하는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유사 자폐라는 말 앞에서

어머님은 아이를 바라보기보다

먼저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 버릴까 봐,

그 이름이 아이를 규정해 버릴까 봐,

아니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책임이 되어 돌아올까 봐.


그래서 어머님은

아이에게 다가가기보다는

조금씩 거리를 두는 쪽을 택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신호를

몰라서 놓친 것이 아니라,

보는 순간 더 아파질 것 같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던 것 같았다.


우울함은

무기력한 태도로 남았고,

무기력함은

아이에게 향해야 할 관심을

조용히 밀어내고 있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머님은

아직 자신의 감정조차 돌볼 힘이 없어

아이에게까지 마음을 건네지 못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아이의 행동보다도

아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직 너무 젊고,

너무 혼자라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날 나는

아이를 어떻게 도울지보다

어머님을 어떻게 놓치지 않을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무엇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봐 줄 어른 한 사람이었고

그 어른은 지금

아직 너무 어리고, 너무 지쳐 있었다.


유사 자폐라는 말 앞에서

어머님은 아이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현실로부터

잠시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보다는

어머님 곁에

조금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아이에게 닿기 전에

먼저 흔들리는 어른을

조용히 붙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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