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안에서 아이를 안는 일

신뢰와 감시 사이에서 보육교사로 산다는 것

by ItMiRi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논란이 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어린이집 아동학대’다.

관련 뉴스를 접할 때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같은 교실에 있고,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단어가 나에게까지 닿아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린이집 구석구석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내가 보육교사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CCTV는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그 시절의 어린이집은
지금보다 훨씬 ‘신뢰’에 의존하고 있었다.

교사와 아이, 그리고 부모 사이의 관계는
카메라가 아니라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유지되던 때였다.


물론 그 신뢰가 언제나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CCTV가 없던 시절,
아동학대 관련 기사 한 줄이라도 나오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한순간에

불신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유대관계를 잘 쌓아왔던 부모들조차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잘 지냈니?”
“오늘 즐거운 일은 뭐였어?”라는 질문보다
선생님의 훈육 방식이나 폭력의 여부를 먼저 묻곤 했다.



당시 같은 직종에 있던 내 친구가 겪은 일이다.
어느 날 한 부모가 아이의 가방 안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두고
담임교사에게
“ㅇㅇ이 가방 안에 녹음기 넣어놨어요.”라고 말한 채
아이를 등원시켰다고 했다.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 행동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믿고 맡겨야 할 공간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이 반복해서 벌어졌고,

그 틈을 타 더 큰 사건들이 생겨났으니까.

그 결과로 CCTV 의무화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또한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CCTV 의무화가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 마음에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아이를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늘 감시받는 사람이 되는구나.’

카메라는 아이를 향해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 시선이 결국 교사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하루도 나를 떠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눈 안에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계산하며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CCTV 열람이 일부 부모에게
대화가 아닌 ‘무기’처럼 사용되던 순간들이었다.


설명보다 화면이 먼저였고,
이해보다 의심이 앞섰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혹시 이 행동이 오해로 보이진 않을까.’
‘이 장면은 화면 속에서 어떻게 남게 될까.’


아이를 안아 달래는 일조차
잠시 망설이게 되는 순간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카메라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간다.


아이의 울음을 마주한 채
나는 잠깐 멈춘다.

안아도 되는지,
아니면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지.


오늘도 나는, 아이를 안아야 할 순간에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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