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반의 기록

― 붙잡히지 않은 사람

by ItMiRi

즐거운 반에서의 1년은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다.

아이들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힘들었던 건

동료 교사와 원장 선생님과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었다.


퇴근을 하고 나서도

그날의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루가 끝나도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를 보면 늘 웃어주던 아이들 덕분에

‘그래도 1년은 잘 마무리해 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함께 근무하게 된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매일 퇴근 후 카페에 앉아

하루 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괜찮다며 응원하던 그 시간들은

힘든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쉼표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

어린이집에서는 평가인증을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가’라는 단어는

설렘보다 부담으로 다가왔다.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이미 깨끗하던 교실을

천장까지 다시 닦아야 했고,

하루 일과가 끝난 뒤에는

서류를 다시 펼쳐

처음부터 고쳐 쓰는 일이 반복되었다.


평가인증이라는 제도 자체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일 반복하던 보육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까지

점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형식에 맞추기 위한

과도한 준비와

일과 후 업무들은

조금은 간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즈음부터

나는 점점 예민해졌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가 났고,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졌다.


보육일지를 수정하던 어느 날,

투담임인 짝꿍은

여러 이유를 들며

자신의 몫을 해오지 않았다.


억울했지만

나는 또다시

참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손이 빠르니까,

그냥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감정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터져 나오고 말았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야

아, 내가 정말 많이 지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났던 대상은

그 사람만이 아니었다.


평가인증이라는 이름 아래

혼자서 버텨내려 했던

나 자신에게

더 많이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평가인증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채

어린이집을 그만두기로 했다.


친구 역시

같은 선택을 했다.


평가인증을 앞두고

교사 두 명이 동시에 그만둔다고 하자

어린이집은 크게 흔들렸다.


그 와중에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았던 장면이 있었다.


친구에게는

돌아오라는 말이 건네졌지만,

나는 붙잡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서운하다기보다는

묘하게 마음이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원장 선생님의 연락은

점점 압박에 가까워졌다.

돌아오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

책임을 묻겠다는 말들.


그 순간 나는

이곳에서의 나의 자리가

얼마나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존재였는지를

비로소 실감했다.


결국

평가인증까지만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고,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다시 돌아갔다.


문을 열자

즐거운 반 아이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나를 반겼다.


그 앞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평가인증은 끝났고,

나는 그곳을 떠났다.

비록 오래 꿈꿔온 일이었지만

그만두는 선택이

패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버텼고,

이제는

나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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