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는 마음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이 다르게 들리던 날

by ItMiRi

어린이집은 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반드시 취업을 해야 했다.


그 시기를 놓치면,

갑자기 교사가 중도 퇴사한 곳에 들어가게 된다.

학기 초에 교사가 그만둔다는 건

대개 교사의 행실에 문제가 있거나,

그 반 혹은 어린이집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내가 메운다는 건,

나 역시 두 배, 세 배는 더 힘들어질 거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나는 그전에, 어떤 형태로든 취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좀처럼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다시 사무직을 알아봐야 하나.

그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두려움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때쯤이었다.

아마 2월 중순.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제는 규모도 상관없었다.


나를 불러주기만 하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그곳은 어린이집인데도 구조가 굉장히 미로 같았다.


반 하나를 쪼개 여러 반으로 만든 것 같았고,

이쪽 반 문을 열고 나가면 또 다른 반이 나오는 식이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추웠다.

굉장히 추웠다.


어린이집이라 하면 아이들이 있는 공간이라,

온기라기보다 열기라고 해도 될 만큼 난방을 따뜻하게 해 두는 곳이 많다.


오가는 학부모들을 의식해서라도 훈훈하게

만들어놓는 게 다반사인데, 이 어린이집은 달랐다.

냉기가 가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별로였다.


그럼에도 내가 정해둔 마지노선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던 탓일까.

‘제발, 제발…’

속으로 세상에 있는 온갖 신들에게 빌며,

나는 최선을 다해 면접을 봤다.


원에서는 지원자가 많고 나 이후로도 면접자가

줄줄이 잡혀 있다며, 이번 주까지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나오는 길 내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나왔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잠깐 숨을 멈췄다가

천천히 다시 쉬었다.


원장님은 담담하게 출근 날짜를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네,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나는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그곳이 완벽해서는 아니었다.

여전히 구조는 복잡했고,

난방은 여전히 약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이들이 있는 공간으로,

아이들의 하루를 함께하는 자리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슴이 꽉 찼다.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그 말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조건 때문도 아니고,

선택지가 많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완전히 밀려난 게 아니라는 것,


아직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출근 전날 밤,

가방을 싸면서 나는 몇 번이나 웃었다.

실내화가 있는지 확인하고,

자격증 파일을 다시 꺼내보고,

괜히 앞치마를 만져보기도 했다.


면접 날 느꼈던 냉기는

기억 속에서 조금씩 옅어졌다.


그 대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이

몸을 따뜻하게 데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그 미로 같은 건물의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도망치는 마음이 아니라,

돌아왔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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