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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Dec 21. 2023

Born a Crime

태어난 게 죄


l 탄생자체가 범죄  


이 책은 트레버 노아 (Trevor Noah)의 회고록이다. 트레버 노아는 남아프리카 공화국(South Africa)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상의 스탠드 업 코미디언중 하나이다.  Netflix에 그의 프로그램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정치 평론가, 기자, 유명한 토크쇼의 진행자였기도 하고 가끔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이다.


트레버가 태어난 1984년은 남아공은 흑백분리정책  (Apartheid:  아파르트헤이트) 정책하에 있었다. 그의  엄마는 남아공 원주민의 후예, 아빠는 독일 혈통의 스위스인, 백인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의하면  유럽인 백인과 원주민의 성관계가 불법이다. 따라서 트레버의 탄생은 범죄였다. 당연히 그는 아빠가 없는 출생증명서를 지니고 있으며, 엄마와 계속 자란다. 그의 피부색은 남아공 원주민에 비해  매우 밝았고, 이런 혼혈인을 유색인이라 불렀다. 남아공에서 유색인이라는 것은 불법의 대상이 언제든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저자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폐지되지만 그동안에 교육도 받지 못하고 황폐해진 흑인과 유색인들의 삶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로 인해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학교를 마친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이라 스스로 규정하고 소웨토 (판자촌)에서 흑인 친구들과  모험적으로 보낸다.


ㅣ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후에 영국의 식민지가 된다. 그러자 초기 네덜란드 정착민들의 후예가 내륙에 들어가 자신들만의 언어와 관습을 발전시키며 아프리카너 (Afrikaner)라는  아프리카의 백인부족으로 자리 잡았다. 대영제국이 쇠퇴하자 이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진정한 남아공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였다. 그 사이에서 권력을 잡고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인종차별 제도를 연구한 결과, 남아공 원주민인 흑인들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한 법률과 감시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남아공 원주민들은 여덟 개의 부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들은 언어도 다르고 서로 간의 다툼의 역사가 길다. 대표적인 것이 줄루와 코사였다. 줄루족은 전사와 같이 용맹한 면이 있고, 코사족은 좀 현실적인 부족이다. 트레버의 가족들은 코사족에 속했다.  이들 사이의 적대감을 아프리카 나는 적절하게 사용하며 그들의 권력을 강화시켜 갔다.


이러한 사회지배구조에서 탄생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된 트레버는 매우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힘든 시스템 아래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 거기에는 관계가 생기고 사랑과 정이 오가고 스토리가 생긴다. 이 책에서 트레버의 웃고 울고 하는 어린 날의 기억의 편린들을 꺼내 보여준다. 또한 이 극단적인 흑백분리 정책이 사람이 사는 이치와 많이 벗어나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순간들이 종종 생긴다.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그러한 순간의 에피소드를  해학으로 펼쳐낸다.


ㅣ 트레버가 궁금해 읽었다가 그이 엄마에게 반하다 _ 생명력의 원천, 엄마

사실 이 책의 숨은 주인공은 트레버의 엄마이다. 그녀는 부모가 이혼하고 어려서 고모의 농장에서 오두막 한 채에서 14명의 사촌과 함께 지내며 일과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21살에 엄마의 집으로 돌아와 비서교육과정에 등록해 당시에 흑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던 화이트칼러인 사무직을 잡는다. 당시 아파르트헤이트가 국제적으로 비난을 당하자 규제가 조금 풀어진 틈을 그녀는 잡은 것이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자립을 한다. 그녀에게 아이란  자신이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의미했다. 그래서 자기 혼자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사랑하는 백인 남자친구의 아이를 갖는다. 그녀는 불법과 합법사이의 경계선에서 현명하게 그를 키운다.


그녀는 기독교 신앙에 매우 신실하며, 트레버의 교육에 최대한 신경을 쓴다. 그리고 트레버가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의 교육을 어려서부터 시도한다. 트레버는 그녀가 자신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자신의 엄마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녀는 아벨이라는 남자와 재혼을 한다. 아벨은 여자가 남자에게 복종을 해야 하는 전통을 지닌 부족 출신으로 독립적인 그녀와는 맞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고, 경제적으로 아벨보다는 그녀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아벨은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아벨과 이혼하지만, 그와의 질긴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다가 결국은 그가 그녀를 총을 쏘는 사건이 벌어진다. 거의 다 죽었다고 포기한 순간에 그녀는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그녀는 삶에 대한 의지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  


ㅣ 흑백으로 보는 피부색의 트릭 


 오래된 아파르트헤이트정책의 영향으로 남아공에서는 피부색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속한 부족이다. 트레버는 남아공에서는 원주민 사이에 금방 눈에 띄는 밝은 색의 흑인이다. 유색인들은 사회에서도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한다. 트레버의 엄마는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창녀취급을 받게 된다.  아파르트헤이트정책의 소멸 후 교회에서는 백인들과, 학교에서는  흑인들과 지내다가 자아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부딪히게 되고 스스로 자신을 흑인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트레버가 고등학교 때 친구랑 쇼핑몰에서 초콜릿을 훔치다 들켜서 도망을 가다가 그 친구는 잡히고 트레버는 무사히 도망친다. 요즈음으로 치면 CCTV 같은 사건 영상이 있었지만 트레버는 무사했다. 이유는 당시에 영상은 흑백이었는데,  트레버도 흑인이지만 아프리카 원주민인 친구에 비해 밝은 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어 영상에는 마치 백인처럼 보인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공범이 백인일 거라고 경찰은 확신을 하고 백인만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금성처럼 든든하게 보였던 피부색이란 요소가 이렇게 터무니없이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트레버는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ㅣ홀로코스트 vs. Roots (뿌리)*


아파르트헤이트시절에는 백인이 가는 학교와 흑인이 가는 학교가 엄밀히 나누어져 있었다. 정부는 흑인들이 가는 학교로  '반투학교'를 세웠다. 그 학교에서는 계량학과 농사짓는 법, 도로 공사, 나무 키우는 법등 흑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관련된 것만 가르쳤다.  과학도 역사나, 그 어떤 인문학도 가르치지 않았다. 흑인들에게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남아공의 흑인들은 세계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아파르트헤이트시절에는 원주민들은 강제적으로 자신들의 고유한 이름 외에 영어 이름을 앞에 붙여서 써야 했다. 그런데 이 영어 이름에 히틀러라는 이름이 종종 있었다. 남아공 원주민들은 역사에 대해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히틀러가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 이들은 몰랐다. 그냥 어디서 들었는데 히틀러라는 사람 때문에 백인들이 고생을 했고 그래서 백인들이 몸을 굽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터프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터프한 남자로 자라란 의미로 히틀러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고양이나 개라도 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대상이 있으면 히틀러라 이름을 지었던 것이다.


트레버는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댄스팀을 만들어서 공연을 하였다. 그 댄스팀에 춤을 잘 추는 히틀러라는 친구가 있었다. 한 번은 유대인 학교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들의 공연에 학교 학생들도 같이 즐겼다. 그러다 그 친구가 독무를 하게 되고 같은 단원들은 흥을 나서 외쳤다. '고(go), 히틀러! 고, 히틀러! 고, 히틀러!'. 그러자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다음은 모두 상상이 갈 것이다. 트레버 댄스팀은 자신들이 왜 욕을 얻어먹는지도 모르는 채 학교에서 쫓겨났다. 단지 히틀러가 너무 죽이는 춤을 추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트레버는 나중에  회상하기를  그 사건은 남아공 원주민들이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무지한 면이 있었기도 하지만, 사실 히틀러는 남아공 흑인들에게는 - 노예로 여기저기 팔려나간 슬픈 역사를 지닌 그들에게는- 최악의 악인으로 인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홀로코스트가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들에게는 세실로즈 (19세기 영국의 식민정치가) 나 콩고를 사유화하고 원주민을 대량학살한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가 더 악랄한 사람, 죽이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성공한 사람의 회고록이 아니다. 자신의 성공에 대하여는 이야기가 거의 없다. 대신, 아프리카인들의 일상의 모습이 너무 잘 나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면  흑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비트 또는 흑인교회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추며 가스펠을 신나게 부르는 그들이 연상될 것이다. 그 생명력의 액기스를 트레버의 엄마를 통해 맛 보게 되는 책이다.


* 1977년 드라마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상에게 잡혀서 미국으로 팔려온 노예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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