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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Jun 09. 2024

 내가 버리지 못하는 물건

글쓰기 클럽 9일 차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매력 글쓰기 클럽'에서 제시해 준 글감이었다. 가볍게 서로 재미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이사를 몇 번을 가든 꼭 이고지고 가는 물건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런 물건이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netflix에서 마리 콘도 (Marie Kondo)의 Tidying up 이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상당히 내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집을 정리해 주는 일을 한다. 그녀의 일을 하는 원칙은 먼저 자신이 얼마나 가지고 있는 지를 아는 것이다. 옷을 정리하려고 하면 각 방에 있는 옷을 다 꺼내서 한 군데로 모은다. 그러고 보면 알게 된다. 본인들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다음엔  옷을 하나하나 집어 들면서 그 옷을 보았을 때 가슴이 설레지 않으면 버린다. 그렇게 하면 사놓고 입지 않았던 옷, 살 빠지면 입으려고 했던 옷, 사놓은지도 몰랐던 옷들 모두 버리게 된다. 그녀는 정리를 정신적인 활동으로 승화시켰다. 집에 오면 먼저 집의 안녕을 기원하는 예식을 하고 그리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가족 간의 관계의 변화 및 심리적인 편안함을 추구한다.  그 후로 한국 TV에서 집안 정리에 관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정리 전문가들이 여러 매체에서 정리의 팁을 전해주는 것 같다. 모두 마리콘도와 같은 맥락인 것 같다.


그것을 본 후 나는 이주일에 걸쳐 책과 옷과 부엌 용품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 후 3개월 동안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하였다. 꽤 버린 것 같은데도 끊임없이 버릴 것이 나왔다. 추억으로 쌓아 놓았던 물건들은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하고 버렸다. 이런 식으로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정리하였다. 사실 너무 버려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왜 10년 동안 쓰지 않던 물건을 버리자마자 찾던지...


그 후론 나 나름의 두 가지 원칙을 세워서 물건들을 정리하였다.

1. 각 물건에게  주소 /장소를 준다.

2. 물건을 하나 사면 다른 한 물건 (최소 2년 동안 쓰지 않은 것)을 버린다.


그러면서 내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변화가 서서히 일어났다.  책을  e북으로 바꾸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많은 가정이 책 정리에 힘들어하는데 우리 집 책장은 좀 여유가 있다. 여행을 갈 때는 몇 박 며칠로 가든  그냥 작은 가방 하나로 충분하다. 물건보다는 경험의 목적 또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니  최소한의  옷과 장비를 가지고 가도 별로 걱정이 안 되었다.  


그런데 나의 친구는  물건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나와 다르다.  그녀는 오감, 특히 촉각을  귀중히 여긴다. 내가 아이가 어렸을 적에 입었던 옷이나 신발을 그냥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고 하니 그녀는 이해를 못 한다. 그녀는 그것들을 만지는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천성적으로 물건을 기능성을 중심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차는 그냥 굴러서 목적지에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학시절 200불짜리 차로 - 몇십 년 된 커다란 올스모빌 차 - 4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보다도 주변사람들이 더 걱정하였던 차. 차가 살짝 옆으로 가서 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서 운전을 해야 제대로 갔던 차. 장거리를 가면 가끔씩 연기가 솔솔 나던 차. 그래도 그냥 별 불평 없이 잘 타고 졸업하였다.


아, 이렇게 써내려 가다 보니, 나에게도  버리지 못한다기보다는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기념으로 사 온 키체인을 모아서 만든 액자이다. 거실의 벽을 한 면 다 채우고 있다. 이 액자들이 내 인생 스토리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액자가 애틋하다. 이 액자는 어디에 가든 내 눈이 자주 가는 곳에 두고 싶다. 하지만 이것도 짐이라고 여겨질 때는 사진으로 남기고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것으로 인해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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