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여진 평범함과 돌출된 특별함 사이
얼마 전 준비 중인 어떤 프로젝트에서 내가 준비한 주제가 거절당했다. 거절의 요지는 나의 주제가 조금은 '마이너'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를 다시 생각하며 나는 나보다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했다. 몇 차례 새로운 주제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다시 나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그래도 나다운 것으로 하고 싶다고.
2년 전쯤, 회사에서 기획안 PT를 할 때에도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건 너만 아는 얘기지. 사람들은 그것까진 몰라." 그때 나는 기획안에서 마이너한 분량은 모두 삭제하고 대중적인 요소들로 바꾸어 수정했던 기억이 있다. 일을 할 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팔아야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대중적인 선호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따금씩 빛났던 건 그런 대중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나다운 것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내가 즐겨 쓰는 플랫폼, 내가 즐겨 방문하는 공간처럼 '나의 것'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유효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 나의 보람과 기쁨은 더 컸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깎여진 평범함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진짜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고 특별함을 얻으려면 튀어나온 나만의 특별함이 필요하다. 사회초년생으로 팍팍한 세상에 적응해 가면서 평범함을 배웠다면 이제는 특별함을 만들어나가 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1. 겉보기에 우울하고 슬픈 듯 하지만, 사실은 가장 따뜻하고 애틋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먼 훗날 우리>, 드라마 <나의 아저씨>
2. 성장하는 느낌
: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3. 글쓰기, 특히 내 마음에 상처가 간 일들에 대해 쓰기
: 힘들면 힘들수록 글을 쓰는 것. '글쓰기의 최전선'의 은유 작가님께서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신 적 있다. "불행이 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고. 생각해보면 나도 즐겁고 행복한 일에 대해서는 '써야지'하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이거나 배울 점이 있었던 것, 혹은 슬프거나 처참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져 이것은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에 써 내려갔던 적이 훨씬 많다. 육체 또는 마음이 힘들 때 일단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상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내가 대단한 작가라도 된 것처럼. 그때만큼은 피아노를 치는 듯한 신나는 타자 소리를 즐기기도 했다.
4. 돈
: 경제적 자유를 이룰 것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5. 나의 콘텐츠의 가치 인정받기
: 이건 바람이다. 내가 쓰는 글, 내가 하는 강의나 모임,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정말로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좋아요, 댓글을 넘어 나의 이름을 검색해 누군가가 찾아와 주길 바란다. 언제나 나는 "저 여기 있어요!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글을 쓰고 있어요!"라고 외치는데, 언젠가는 누군가가 "이번엔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하다"하고 찾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생은 영화고, 그 주인공은 나니까.
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