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day
5년 전 회사에 입사하던 때가 생각난다. 무언가 이루리라, 내가 꿈꾸던 미래를 그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던 그때가. 어찌나 떨었던지 사시나무가 따로 없었던 그때가.
치열했다. 언제나 1시간 일찍 출근하려고 애쓰던 그때의 나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못하는 내가 싫고 하나라도 더 잘 해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오직 더 많이 하는 것밖에는. 때로는 이것이 성실함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나는 그저 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다.
시간은 유효했다. 근무기간이 늘어날수록, 경험치가 쌓일수록 나는 확실히 더 나아졌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 한다고, 때로 후배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짜증을 부리기도 했지만, 나는 확실히 더 나아지고 있었다.
일에 적응하지 못했던 처음 1년은, 매일 같이 쓰는 데 주력했다. 기분이 나빴던 이유, 시간 내에 일을 하지 못한 이유처럼 감정적인 이유까지 모든 걸 적어내려 갔다. 이렇게 1년을 보내자 2년 차부터는 어느 정도 나를 알게 돼 일정 부분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매일 아침 긍정의 확언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을 찾아 엘리베이터에서 입으로 외치며 출근을 했다. 때론 너무 힘들어 옥상에 올라가 한 시간 내내 펑펑 울기도 했다. 언젠가 한 번은 자살 센터에 전화를 걸기도 했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예전엔 크게 보였던 것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다가오기도 했고, 벌벌 떨며 두려워하던 것들을 즐기기도 했다.
회사 생활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어떤 고점까지 벌벌 떨며 가다가도 희열과 보람, 재미가 있었고. 옆에는 항상 같이 소리 질러주고 웃어주는 동료가 있었다.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이 우리 회사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또라이라는 것일 텐데, 미안한 마음이다.
퇴사를 앞두고 가장 존경하고 동경했던 동료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내내 슬픈 영화의 OST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이 사람과 같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게 이토록 슬플 줄은 몰랐다. 퇴사를 망설일 정도의 동료였던 그분. 또다시 어딜 가더라도 그같이 마음이 통하고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내 인생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편집한다면
이곳에 있던 지난 5년을 꼭 넣을 것이다.
가장 치열했던 순간, 저열했던 나를 떠나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