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 다시 보는 직장생활 BEST 3의 순간

이불킥과 성장의 사이

by 김안녕


하이라이트는 어떤 것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상적인 순간을 말한다. 12월 말, 새해를 앞두고 퇴사를 맞이하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막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해온 직장 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본다면 언제일까. 빼놓을 수 없는, 기억나는 세 가지 장면이 있다. 감사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앞으로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기도 했던, 성장할 수 있었던 사건과 시간.



오늘 야근으로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요?


외부 행사와 내근 야근 업무가 겹쳤던 어느 날, 특히나 더 지쳐 있을 타이밍. 선배와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문자로 나누다 질문을 받았다. “오늘 야근으로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요?” 나는 아주 가벼운 생각으로 이에 대해 답했고, 외부 행사를 마무리하고 회사에 다시 들어가려던 늦은 저녁,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것은 오늘 야근으로 해야 하는 일로 선배에게 말했던 것이었다. 선배는 겸사겸사 시간이 되어서 러프한 초안을 작성해서 주었다고 하였다. 선배 또한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 배려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당시엔 충격적일 정도로 인상 깊었다. 역지사지로 내가 선배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었을 텐데 정말 고마웠다. 이를 통해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미션처럼 클리어해 나가는 데 열중해오던 나에게 팀원으로서, 동료로서 어떤 태도와 자세가 필요한지 한 번쯤 되새겨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실수는 누구나 해.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하루 종일 실수 노트를 쓸 만큼 업무에 적응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입사 초반,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준 팀장님의 말이 있었다. 실수를 반복하던 내가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 같아 보이자 “실수는 누구나 해.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어떻게 해결하는가.”라고 담담하게 말해 주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해’라는 강한 압박에서 ‘최대한 실수를 하지 말자. 그래도 하게 된다면 해결해 보자’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풀어나갈 힘이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니까 오히려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가짐은 직장 생활의 크고 작은 영역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언젠가 후배가 실수로 고민을 하게 된다면 꼭 한 번은 해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였다.



이것이 우리의 최선이고, 다음은 피드백을 받고 보충해 보자


언제나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 어떤 초안이라도 나의 베스트로, 완성본은 더더욱. 부끄럽지 않은 자료를 만들고 나의 최선, 팀의 최선으로서 소통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인 터라 집중력의 한계가 있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던 때, 이런 변수들을 견디고 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 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그다음엔 피드백을 받고 보충해보자.” 기획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냉철하게 할 수 있는 최선임에 틀림이 없었지만,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자료를 보는 데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 들은 팀장님의 ‘최선’이란 말이 마음에 깊게 다가왔다. 팀원을 갈아 넣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우리가 가능한 최대치를 계산해준다는 점에서 나보다 더 넓은 시각을 가졌다는 것, 역시 직급이 주는 무게가 있구나 생각을 했다. 더 높은 자리의 리더가 된다면 결과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여건을 고려하는 부분도 반드시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불킥의 순간이 많았다. 아직도 생각하면 '흠흠-' 왠지 모를 헛기침을 하고 싶을 만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 과거의 기억, 추억, 성과, 실수, 실패들을 복기하는 과정이 꽤나 즐겁다.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이든 조금은 미화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좌충우돌하면서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뛰어다니고 울기도 했던 지난날의 내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직 해야 할 일도, 이루어나가야 할 길도 많고 길다. 한 걸은 한 걸음 놓치지 않고 나아가 봐야지. 내일은 2021년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2022년 새해 계획을 세우기 전초전의 느낌으로.


아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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