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알던 시간은 무엇이었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여 일주일을 보냈다. 생각보다 긴장이 됐다. 처음 만난 환경에서 낯선 분들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를 받을 거라는 생각에 자유롭지 못했다. 겪어 내야지 뭐. 편안함에 익숙해져 안주하는 것보다는 낫다. 성장하는 일주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았다. 특히, 시간의 개념에 대해 나는 거의 상전벽해 수준의.. 대변화를 겪었다.
시작은 15분의 티타임 미팅이었다. 처음엔 이런 생각이었다. "15분 미팅은 너무 시간이 짧은 게 아닌가? 아주 중요한 회의가 아니더라도 30분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래저래 회의실로 이동하고 이래저래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5분은 금방 갈 텐데, 그럼 10분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해서.
15분의 티타임 : 분 단위 계획의 시작
1시 30분에 예정된 티타임 미팅은 정확히 1시 30분에 시작했다. 정말 1분의 오차도 없었다. 그리고 그날 주요 아젠다였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롭게 입사한 만큼 온보딩 과정을 거치고 있었던 터라 내가 궁금한 것을 주로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질문은 8가지 정도였다. 물론, 소소한 것들이라 내용 자체를 많이 이야기할 건 없었지만, 30분에 시작할 때만 해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빨리 말해야겠다 싶었다.
이래저래 나름대로 한 바탕 이야기하고 나서 시간을 보니 42분이었다. 12분이 흐른 것이다. 3분이나 남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15분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
지금까지 내가 보내온 시간은 무엇이었나. 내가 알고 있고, 써 온 시간의 개념이란 무엇인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나의 시간은 30분 단위였다. 어느 정도 중요한 일을 할 때는 항상 1시간, 2시간 단위로 스케줄링을 했다. 나름대로 그 일을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드는지 트래킹 하여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와장창. 15분, 30분, 45분처럼 분 단위로 쪼개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인생 처음으로 분 단위의 계획을 세웠고 실천해보려 노력 중이다. 2022년 새롭게 세운 나만의 분 단위 액션 플랜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굉장히 궁금하다.
1시간의 회의 : 출퇴근 왕복 2시간의 힘
예전엔 1시간의 회의가 적당하거나 오히려 짧다고 생각했었다. 2시간쯤은 돼야 넉넉하게 충분히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데 웬걸, 1시간이면 진짜로 충분했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오히려 중요한 이야기 위주로 지체 없이 속도감 있게 이야기하게 된다. 불필요한 잡담이 없었다. 이제 겨우 일주일을 해놓고 너무 오버(?)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도.. 말해야겠다. 한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맘먹은 건 웬만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출퇴근을 오가는 1시간이 엄청 크게 다가왔다. 출근 1시간, 퇴근 1시간, 왕복 2시간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나는 오전에 생산성이 높고 꽤나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출근하는 대중교통에서 밀리의서재로 책을 읽거나 유튜브로 자기 계발 콘텐츠를 보는 편이다. 그리고 퇴근 1시간은 수고했다는 의미로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힐링하며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오늘 금요일 퇴근길에 돌아오며 그렇게 보내기엔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 1시간에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걸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퇴근길에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말 동안 고민해서 다음 주에 실천해 보려고 한다. 무언가를 읽기엔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들 것 같아서, 전화 영어처럼 스스로 뭔가 가볍게 액션을 취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리스트를 고민해보려 한다.
2022년 새해 첫 일주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직무, 새로운 동료.
그리고 새로운 시간을 알게 되며 새롭게 변화해 가는 나.
새해에 나에게 찾아온 신선한 '새로움'을 잘 가꿔나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