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도 쉽지 않은 비판의 용기

껍데기에 좌우되는 나의 생각에 대해

by 김안녕



껍데기의 생각


최근 브런치에서 동의하지 않는 어떤 글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반박하고 싶은 내용으로 가득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꼰대의 마인드가 돋보여 내 생각을 분명히 남겨주리라 댓글을 달고자 스크롤을 내렸다. 헛둘헛둘.


...


스크롤이 끝에 다다르자 가열찬 나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분의 브런치는 구독자가 몇 천 명에 달하고 이력 또한 정말 화려하신 분이더라. 위로 다시 스크롤을 올려 글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다. 정말 놀랍게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나 정말 별로구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브런치에서는 솔직하게 글을 읽고 쓰리라 다짐했다. 평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솔직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헌데 이곳에서조차 타인을 감싸고 있는 어떤 외면에 영향을 받아버렸다. 이렇게까지 인지했지만 끝내 댓글은 달지 못했다. 썼다 지웠다 하긴 했는데, 입력을 누르지 못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나의 목적과 반하게, 결국 남의 눈치를 보는 나를 발견했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선의의 거짓말'과 같은 거짓말을 포장하는 좋은 말들, 구태여 솔직하지 않은 편이 서로에게 편안한 상황들. 핑계를 대자면 끝이 없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솔직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 왔기에 정확한 나의 의견을 말하려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거짓말하고 싶다기보다 불편한 설전이 싫어 늘 솔직을 포기했었던 것 같다. 이에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말과 타인의 외피에 좌우되지 않는 사람들이 부럽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좋아하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새로이'가 한 번은 그냥 눈 감고 넘어가자는 '이서'에게 하는 이야기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또 또 한 번.

순간엔 편하겠지.

근데 말이야.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나는 이미 수많은 한 번의 시간들을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올 '한번'엔 새로운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오늘은 댓글을 못 달았지만, 어제는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 발행했으니까. 이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언젠가 조금은 편하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란 희망이 생겼다. 브런치를 통해 다음번의 '한번'엔 조금 더 용기 내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대체로 불안하고, 용기 있는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