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이 더 좋은 곡을 들려달라는 건 아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언젠가부터 어떤 것을 '좋다'고 느끼면 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 보는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 지금 보는 이 영화가 다른 작품과 비교하여 더 좋은 이유, 지금 보는 이 캐릭터에 빠져드는 이유, 지금 듣는 이 음악을 왜 계속 듣고 싶은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쓰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면 끝끝내 이렇게 쓰게 된다.
오늘은 밴드 DAY6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DAY6는 2015년에 데뷔한, 어느덧 데뷔 6년 차에 접어든 그룹. 사실 최근 우연히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이제서야 빠지게 되었다. 시작은 아래와 같은 댓글을 보면서부터였다.
참 철이 없었다. 그깟 댓글 하나에 자극받아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는 게.
"DAY6의 앨범은 아무 수록곡이나 골라 들어도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다 좋다.
제목 끌리는 거 아무거나 골라 들어도 실패 없다는 거임"
정확하진 않지만, 인상 깊게 남은 저 댓글을 보고 '에이 정말?'이라는 호기심으로 첫 노래를 클릭했다. '100%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타이틀곡도 좋지 않은 그룹들이 허다한데 어떻게 수록곡을 아무거나 다 들어도 좋을까? 100% 그럴 리가 없...
어야 하는데-
이게 시작이었다.
첫곡 '예뻤어'를 시작으로 'Love me or Leave me'를 지나 '아 왜(I Wait)'를 건너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파도가 끝나는 곳까지', 놓아 놓아 놓아', 마침내 내 귀까지 좀비를 만들어버린 'Zombie'까지 끝도 없는 곡들을 마주하며 오랜만에 벅찬 감정을 느꼈다.
가장 좋았던 건 솔직하고 공감 가는 가사였다. 정확하게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상황을 그려내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아직도 DAY6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장담컨대 실패란 없으니 아무 곡이나 클릭해서 꼭 들어보시길 바란다.
DAY6 음악적 매력의 정수, 가사
DAY6 노래의 가사들은 이렇다.
온 마음을 다해 열렬히 사랑하지만, 집착하지 않는다.
가장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 놓지만, 상대방에게 사랑을 보여달라 요구하지 않는다.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너와 동시에 나 스스로를 응원한다.
리스너의 마음에까지 끝내 감정을 전하고 울컥하게 만들지만, 질척이지 않고 떠난다.
뭐랄까 솔직하고 담백한데, 그 어떤 곡보다 풍부한 감정이 살아있다. 이것이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DAY6만의 매력이 피어나는 지점이다. 밴드인 만큼 대부분의 곡에 멤버들이 참여하고 가사도 공동작업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든 곡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그들만의 컬러가 담뿍 담겨 있어 더욱 좋다.
대표적인 몇 곡의 가사를 소개한다.
'예뻤어' - 사랑 후에 남은 가장 아름다운 감정의 형태
지금 이 말이 우리가 다시 시작하자는 건 아냐
그저 너의 남아있던 기억들이 떠올랐을 뿐이야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너는 사랑한다 말해줬었지
예뻤어 더 바랄 게 없는듯한 느낌
오직 너만이 주던 순간들
다 다 지났지만 넌 너무 예뻤어
'Zombie' - 좀비처럼 살아가는 게 힘든 너와 나, 우리 모두에게
어제는 어떤 날이었나 특별한 게 있었던가
떠올려 보려 하지만 별다른 건 없었던 것 같아
오늘도 똑같이 흘러가 나만 이렇게 힘들까 어떻게 견뎌야 할까
마음껏 소리쳐 울면 나아질까
I feel like I became a zombie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생각 없는 허수아비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난 또 걸어 정처 없이
'아 왜(I Wait)' - '아 왜'와 'I Wait' 사이에서, 이제는 밀당을 끝내고 싶을 때
아예 원치 않는다 말해
꿈도 꾸지 말라해 만날 일은 없다 해 Say it
아예 관심조차 없다 해
차라리 가라고 해 솔직히 말해
난 지금 길 잃은 채 (I wait)
제자리에 (아 왜)
내 손을 잡아주기만 기다려
너에게 묶인 채 (I wait)
제자리에 (아 왜)
날 풀어주든지 잡아당겨줘
더 잘돼야만 하는 DAY6
평가절하되어 있는 밴드인 것 같다. 가사에 집중해서 말했지만 멜로디를 포함한 음악 자체가 정말 좋다.곡 하나하나 훌륭하고, 이렇게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좋은 수록곡들로만 빼곡하게 채운 완성도 높은 앨범 또한 멋지다.
JYP 소속 밴드인데 생각보다 대중적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라 그런지, 다른 가수들에 비해 밀어주는 느낌이 적어 아쉽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DAY6는 한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멤버도 있었고, 어느 시절에는 불화설 비슷한 이슈도 있었고, 지금은 한 명이 군대를 간 상태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다, DAY6의 음악을.
새로운 음반 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나오기만 한다면, 그 곡 또한 만족하기만 한다면 있는 힘껏 앨범을 사고 온 마음 다해 홍보하리라 다짐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곡은 필요 없다. 그저 DAY6만의 감성과 색채를 온전히 담은 노래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이 더 좋은 곡을 들려달라는 건 아냐
그저 너희가 보여줬던 음악들이 떠올랐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