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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바라본, 기깔나는 샤이니 정규 7집 홍보 전략

진짜 소통하는 마케팅의 정석

by 김안녕



샤이니 is Back


샤이니가 컴백했다. 오랜 시간 앨범을 준비했다고 스스로 이야기할 만큼 완성도도 높고, 노래도 정말 좋다. 그보다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연차에 상관없이 언제나 유효한 샤이니만의 신선한 매력과 몇 배쯤은 배가된 듯한 장꾸미. 여러 예능에서 한층 편해진 표정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도 참 재밌다.


컨텐츠 마케터로서 이번 샤이니의 정규 7집 홍보가 굉장히 눈데 띄어 이를 정리해보려 한다. 정말 기깔난다. 너무 재밌고, 너무 좋고, 너무 호감 그 자체. 샤이니 팬은 아니지만 이번 홍보를 보고서 샤이니에 호감이 가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아, 머선 일이고. 그래 홍보는 이렇게 하는 거지.



재미는 기본, 샤이니만의 아이덴티티 담은 똑똑한 홍보 기획력


이번 정규 7집의 홍보를 쭉 살펴봤다. TV 예능과 유튜브 등 '채널'부터 '형식'까지 다채로움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미 존재하는 채널에 샤이니를 끼워 넣어 알리는 방식이 아니라, 샤이니가 먼저 존재하고 그에 맞춘 홍보 채널을 만들었다는 표현에 가깝다. 샤이니만의 색깔뿐만 아니라 멤버 각각의 개성이 요소요소 묻어나는 것도 흥미롭다.



#'부캐' 트렌드의 활용_ 컴백쇼 <빛돌기획>


대개 유명 가수들이 컴백할 때 종종 굉장히 규모 있고 진지한(?) 컴백쇼를 진행한다. 여러 무대들을 보여주고 어떻게 준비했는가 중간중간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다. 이번 샤이니의 컴백쇼는 완전히 달랐다. 이름하야 <빛돌기획>.


샤이니 '본캐'와 그들이 속해 있는 스타트업 빛돌기획 직원의 '부캐'를 넘나드는 콩트 연기를 기반으로, 예능과 무대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는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한 온유는 '진기대리'로, 민호는 유학파 출신의 '초이팀장'ㅋㅋㅋ, 키는 '기범팀장', 태민은 회사의 낙하산 '태만이사'로 분했다.


- 코너 1. 키의 아이디어 '2008 샤이니 예능 열공'


열정의 아이콘 유노윤호가 출연해 2008년 당대의 유명했던 예능 코너 (X맨의 '당연하지' 등)를 재현했다. 다른 코너는 몰라도 이 코너는 꼭 봐야 한다. 진짜 너무 재밌는 것. 온유는 정말 이름처럼 외유내강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물씬 드는. (킬포는 온유의 가발이 벗겨지는 영상 23분 29초 경에 있다.)


- 코너 2. 온유의 아이디어 '샤이니 명곡 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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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주요 히트곡들을 유재환과 함께 새롭게 재해석해 노래를 들려줬다. 작정하고 들려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모닥불 옆에서 두런두런 음식도 먹으면서 천천히 편안하게 들려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음악이니만큼 예능이라기보단 보다 더 진지하게 임했는데 듣는 재미가 정말 컸다.


- 코너 3. 민호의 아이디어 '100초 농구 챌린지'


누가 아이디어 냈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단번에 맞출 수 있다. 민호란 걸 :) 실제 농구선수 이동준, 이승준 형제의 코칭을 받으며 특유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금은 뜬금포(?) 같은 컨텐츠였지만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 코너 4. 태민의 아이디어 '샤이니 돌아온다' > 유튜브 인기 트렌드 확장판


이 코너가 가장 흥미로웠다. 최근 떠오른 힙한 레트로 열풍의 주역인 이날치 밴드, SNS계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튜브 피식대학의 콘텐츠 '비대면 데이트'의 최준(김해준)과 '05학번' 배용남(이용주), 정재혁(정재형), 그리고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유명한 유튜버 쓰복만(김보민)과 콜라보를 진행했다.


이날치 밴드의 유명곡 '범이 내려온다'를 '샤이니 돌아온다'로 해석한 부분, 최준에게 뻔뻔한 매력을 배우는 것, 쓰복만에게 성대모사를 배우는 것까지 태민 혼자 모두 소화했다. 말 그대로 '지금 가장 있기 있는 것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 이는 단순히 샤이니의 팬뿐만 아니라 그 외의 시청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확장성 있는 컨텐츠의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핵심은 그냥 인기 있는 것들을 단순히 앨범 홍보를 위해 소모적으로 활용한 게 아니라,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녹여 편입시킨 점, 그로 인해 자연스러운 재미가 생성돼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반복적인 인기 컨텐츠의 피로감을 상쇄시켰다는 것에 있다.


미디어 마케터로서 배울만한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제가 되고 있는 걸 그냥 활용하려 하기보다 컨셉과의 접점을 찾고 이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언제나 더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음악은 음악답게 보여주겠어_ 아이유의 팔레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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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이 컴백하면 화제성 높은 예능에 출연하는 것보다, 음악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채널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한 적 있다. 의외로 그런 채널이 적은 듯하기도 하고.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제외하면 그런 채널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샤이니는 찾았다. 아이유의 오피셜 유튜브 계정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한 것.


아이유의 팔레트 시청자로서 한동안 시즌 1이 종료됐던 터라, 새롭게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영상을 처음 시작할 때, 샤이니가 먼저 제안을 해와 겸사겸사 시즌 2를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참으로 영리하고 똑똑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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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의 시간 동안 앨범에 대한 이야기, 샤이니가 해온 음악에 대한 이야기 등을 주고받았다. 아이유는 샤이니의 '셜록'을, 샤이니는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바꿔 부르는 코너도 좋았고. 여러모로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유가 전문 MC는 아니라 아주 유려한 진행이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데뷔 동기이자 같은 아티스트로서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진정성 있는 질문과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무조건 웃기는 예능만이 아니라 음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는 고민 끝에 선택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광고인가 홍보인가_ 진로 X 샤이니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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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보고 광고인가 홍보인가 헷갈렸다. 그러니까, 진로가 샤이니를 광고 모델로 택한 건가, 샤이니가 진로에게 콜라보를 제안한 걸까 그 순서를 말이다.


추측건대 샤이니 공식 유튜브 계정에 게재된 영상에 '유료 광고 포함' 표기가 되어 있는 걸 보면, SM에서 광고비를 지불하는 형식으로 진로와 콜라보를 한 게 아닌가 싶은데. 너무 멋진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대개 소속사들은 아티스트의 초상권과 이미지가 중요하다 보니, 특정 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는 건 광고 모델로 발탁되지 않는 이상 굉장히 드문 편에 속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작품을 매개로 하여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덜하지만 아티스트가 본인의 곡과 네이밍을 가지고 콜라보를 제안한다는 게 정말 쉬울까? 그것도 샤이니처럼 오래도록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그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진로와의 콜라보는 진짜 박수칠 만하다.



진로와 샤이니는 아래와 같은 멋진 공통점을 갖고 있다.

1) 대중에게 친근하지만 언제나 새롭다

샤이니의 데뷔 연차, 진로의 출시년도 모두 오래되었지만 둘다 전혀 진부하지 않고, 대중에게 언제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같이 한다.


2) '00 is back' 헤드 카피의 중복성

진로는 '진로 이즈 백'이라는 헤드 카피로 홍보를 해왔고, 샤이니는 히트곡 셜록의 도입부 '샤이니 이즈 백'을 컴백이나 주요 행사 등에 사용하곤 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서로의 네임 벨류에 얻어가는 콜라보가 아니라 진짜 '소통'하는 협업의 형태의 컨텐츠다. 누가 생각한 걸까 너무 궁금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천재임에 틀림없어.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할까.





샤이니 팬은 아니다. 하지만 아티스트와 여러 작품들의 홍보/마케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한 명의 마케터로서 이번 샤이니의 정규 7집 활동에서 많은 걸 배웠다. 하나를 하더라도 의미를 만들고, 정성스럽게 다가가는 것, 그로 인해 진짜 소통하는 홍보의 정석을.


너무 멋진

반짝반짝 빛나는 샤이니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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