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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랑쓰 Jul 23. 2024

처음으로 미국영화를 영어자막으로 다 본 날

수능영어를 기점으로 나는 영어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대학교에 와서는 억지로 교양수업을 듣기 위해 영어공부를 했지만 어디까지나 학점 따기용.

어머니는 내게 영어는 꼭 공부해두라고 대학생 때부터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왜 그 말을 새겨듣지 않았을까 하면서 매번 후회중이다.


무튼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그렇듯 나에게도 항상 영어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존재다.

아예 외국인 앞에서 벙어리가 되는 족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래 주머니 정도는 된다.


매번 영어공부랍시고 섀도잉을 해보겠다는 둥, 외화 한편을 다 보고 대사를 외워보겠다는 둥

깝치기도 많이 해봤지만 결국 3일을 넘겨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올해 정말 ‘리더’의 자격으로 해외출장을 가야할 일이 생기니

갑자기 너무나도 후달리고 이대로면 내 망신도 망신이지만 회사망신이겠다 싶어

진짜 다시 공부를 해보고자 했다.



이번에야말로 외화 한편을 정말로 다 봐보리라.


내가 고른건 ‘인턴’ 이었다.

고른 이유? 그냥 회사생활 관련된 영화라서 뭔가 해외출장 갔을 때 하나라도 들은 문장이 얻어걸리는 확률이 높다 생각한 거 뿐이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인턴‘ 영화가 있다. 몇년 전에 본 적이 있는 영화라 대략적인 줄거리는 안다.

패기롭게 자막을 끄고 본다.

안들린다. 이건 아니다 싶다.

한 5분 지나고 난 뒤 포기하고 영어자막을 켰다.

자막이 너무 빠르다… 한글자막….

하지만 한글자막을 켜는순간 그냥 ‘영화감상’이 되버린다. 영어 유튜버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서 하지말라고 하는 것 중 하나다.


자막을 끄면 정말 무슨 내용인지를 하나도 모르겠어서, 영어자막으로 타협했다.

처음에는 뭐 이리 자막이 빠르지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20분 정도 끈기를 가지고 보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된다.

안들리는 구간들은 중간중간 돌려가면서 봤다.

그러다가 결국 3시간 만에 끈기의 근성으로 결국 끝까지 영어자막으로 다 봤다!


영어자막으로 보다보면 몇가지 사실을 깨닿게 된다.

1.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들이나 문장구조가 나오진 않는다.

2. 배우들의 말이 엄청 빠르고 연음을 많이 쓰니 문장이 쉬워도 잘 안들린다.

3. 그런 문장들도 몇번 돌려서 보다보면 그래도 들린다.


하지만 내 유튜버 스승들은 이제부터 계속 안들리는 문장들을 돌려서 보고 결국에는 자막을 끄고 봐야한다고 한다.

결국은 반복학습 밖에 없다는 거다.


근데… 음…. 인턴을 다시 보라고…?

역시 영어공부는 쉽지 않구나 하면서… 아니.. 그래도 해외출장 가는데 이번에는 빡세게 하기로 했잖아. 정신차리자.


하지만 30분 뒤의 나는 ‘귀멸의 칼날’을 (그것도 이미한번 봤던) 돌려보고 있었다.

역시 시험기간에는 해야할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재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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