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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반려견은 민폐일까

by 브릭섬

우리는 지금 반려인 1200만 시대에 살고 있다. 길에서는 흔하게 반려견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각종 여행지나 카페도 애견동반인 곳이 늘고 있다. 일명 '개모차'라고 불리는 반려견을 태우는 기구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보이는 세상이다.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반려견들에게 위안의 감정을 느끼고 반려견들과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려인과 반려견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어린 시절에 개에 물렸던 트라우마, 개털에 대한 알레르기 등 다양한 이유로 반려견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길에서 보이는 반려견들을 무서워서 피하거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들이 특별히 마음씨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타인이 싫어하는 것들도 우리는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나는 딱히 반려견들에게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이해심이 떨어진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심플하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반려인 숫자가 늘어나면서 요새는 대부분의 공공장소, 유원지, 카페, 식당 등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를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꺼려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이런 공간들을 피해 갈 수 있다. 하지만 공공장소이면서 묘하게 프라이빗한 공간과도 연관 짓게 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다. 엘리베이터는 주민들을 위한 공공장소이지만 내 집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고 올라가야 하는 좁은 공간이다. 내 집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간이기에 묘하게 프라이빗한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엘리베이터에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내 반려견을 맞이한다면 그분에게 이처럼 괴로운 시간은 없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는 엘리베이터에 ‘PET’ 버튼이 있는 주거건물이 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내에는 'PET' 버튼이 있고, 버튼을 누르면 각 층의 엘리베이터 밖에는 'PET' 램프에 신호가 들어온다. 따라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 타기 전에 이곳에 반려견이 탔거나 곧 탈 것이라는 시그널을 받을 수 있다. PET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으면 반려동물이 타고 있다는 뜻이니,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해당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 된다. 조금 기다려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참 좋은 아이디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나 동물이 싫은 사람들도 서로에게 덜 난처하다. 나도 같은 아파트 라인에 우리 집 반려견 '모카'를 무서워하는 분이 계시다. 아예 동승조차 꺼리시니 아마 동물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나는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그분께 미안한 마음이 먼저다. 또 괜히 모카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 괜히 모카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동물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마음 졸이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리고 모카도 좀 더 당당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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