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일잘하는 법
도대체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을 잘한다' 라는게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신입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입사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에이스라는 놈이 하는 방식을 따라해보기도 했고, 온갖 자기계발 서적 ('상사가 제일 먼저 읽는 보고서는 이렇습니다', '가장 빨리 퇴근하는 김대리' 같은 류의 책) 들을 봐가면서 선배 직장인들의 노하우를 찾아보고 따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내게 맞는 옷을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다들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인 내용들이고, 또 종합상사나 대기업 마케팅, 기획 부서에서나 통할 만한 지극히 문과적이면서도 사무적인 업무들에 대한 노하우가 대부분이어서, IT회사에 다니던 나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은 조언들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대학교 때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던진 질문에 대해 꽤나 인상적인 답변을 읽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엄청 특별한 노하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 라는 작은 탄성을 내뱉고 따로 스크랩을 해두었던 기억이 나서 그걸 다시 찾아보았다.
'어떻게 하면 회사 생활을 잘 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해야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참 어렵네요. 학교와 회사는 정말 다르군요.' 라는 질문이었고 이에 대한 한 짧지만 강렬한 답변이었다.
"당신의 상사가 시킨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상사가 당신에게 조만간 시킬 것이라고 예상되는 일들을 미리 해두세요. 미리 해놨다고 먼저 보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만간 상사가 당신의 예상대로 일을 시킨다면 그 때 미리 해둔 결과물들을 주면 됩니다. 바로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상사가 정해준 기한에만 맞춰서 주면 됩니다. 그렇게 당신을 평가하는 상사가 예상하는 일들을 맞춰내고 또 그것을 앞서나가서 해놓는 게 진정 일 잘하는 직장인입니다."
다시 읽어도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답변이었다. 무엇보다 실천하기도 매우 쉬었다. 나는 이 답변을 읽고 내 상사의 마음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 예상이 어긋난 적도 많아서 헛수고를 한 경우도 많았지만 꾸준히 내 타율을 높아져갔고, 신기하게도 상사는 점점 내게 신뢰하면서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특히 상사가 일을 급하게 준 경우에 이게 빛을 발한다. 상사가 '분명 1주일은 걸리겠지?' 라고 생각한 일을 미리 해놨다고 하면, 바로 다음날 상사에게 주어서 놀래키기도 하는 일종의 밀당(?)도 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걸 계속 하게 되면, 상사를 넘어서 부서, 회사의 생각까지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된다. '다음에는 내게 어떤 일을 줄까?' 라는 고민을 상사 입장에서 계속 해보는 훈련을 한다면 신입사원 여러분들도 빠르게 초보적인 신입사원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