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Breeze Mar 13. 2023

고요한 평화

이어폰을 잃어버리고

늘 이어폰을 끼고 다녀서 음악을 듣는 것이 익숙했다.

이어폰 충전 케이스를 잃어버려서 우연찮게 적막을 마주했다. 점심시간 모두가 나가서 조용한 사무실, 바람소리만 잔잔히 들리는 공간. 아침과 낮의 복작복작함이 사라져 어색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으니 템플 스테이를 할 때 느꼈던 고요함이 떠올랐다.


늘 활기차고 즐거워야 된다는 무게감을 내려놓고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즐기기로 했다.

작년 5월, 운이 좋게 템플스테이를 하게 됐다. 서울 속에 숨겨진 절, 도시가 이렇게 조용한가 싶을 정도로 고요한 적막에 바람소리와 알 수 없는 새소리. 나무들에 둘러 싸여 장난감처럼 작게만 보이는 도시.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다들 밝고 즐거운데 나는 해가 일찍 져서 그런지 연말만 되면 살짝 우울해진다.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체감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내년에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나는 내년에 어떤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꿈꾸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그 해의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하기보다 1월 2일부터 시작되는 일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쉴 수 없다.

시간이 딱 멈춰서 지금의 고요함이 더 길어지기만을 바라본다. 찰나의 사치를 좀 더 붙잡는다.


템플스테이를 했던 좁지만 포근했던 방에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글을 발견했었다. 노인과 바다의 한 구절이었던 이 문장이 요즘 너무가 가슴 한 구석을 울린다.


비에 젖지 않는 바다처럼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짤막한 행운 작은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