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지 않은 순간의 기쁨
오늘은 조금 늦게 나와서 그런지 지하철을 타자마자 자리가 생겼다. 출근길에 처음 있는 일이라 기분이 좋았다. 서서보는 것보다 앉아서 보는 서울의 아침은 더 밝다.
올해 소망 중 하나가 ‘행복하자’였는데 행복이 너무 멀어 보여서 막막하기만 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땐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고 기회를 찾으려 할 때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에 아주 잠깐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작은 행운이 찾아온다. 지하철 빈자리, 맑은 하늘, 오랜 친구의 연락, 우연히 발견한 내 취향의 음악, 브런치의 설레는 알람. 가끔 눈치 못 챌 정도의 작은 것들이 하루를 바꾼다.
엄청나지 않은 것들에 기뻐하는 걸 보면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삶이 즐거웠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큰 사건이 아니라 지나가면 떠오르지도 않을 작은 1분 1초인가보다.
이유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년은 행복하게 기억되길